갈 곳 잃은 기업 여윳돈 잡아라…100일 예금에 '연 3.7%' 써낸 시중은행

김남이 기자 2024. 7. 11. 09: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은행의 기업금융 경쟁이 예금 예치에서도 불붙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지방에 본사를 둔 공기업 A사의 정기예금 유치 경쟁에서 연 3.69~3.70%의 금리를 써낸 하나은행이 예치 은행으로 선정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더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금리 제안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기업 예금 잔액 변화/그래픽=이지혜

은행의 기업금융 경쟁이 예금 예치에서도 불붙고 있다. 투자처를 못 찾은 기업이 정기예금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장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써내며 자금을 유치 중이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지방에 본사를 둔 공기업 A사의 정기예금 유치 경쟁에서 연 3.69~3.70%의 금리를 써낸 하나은행이 예치 은행으로 선정됐다. A사는 약 100일 동안 160억원을 해당 지역 지점에 예치하기로 했다.

유치경쟁에는 하나은행을 포함해 총 5개 은행이 참여했다. 하나은행은 2위를 한 KB국민은행보다 0.09%포인트(P) 높은 금리를 제안했다. 가장 낮은 금리를 써낸 NH농협은행보다는 0.43%P 높은 수준이다. 이자로 계산하면 하나은행이 농협은행보다 100여일간 약 1860만원(세전)의 이자를 더 주겠다고 한 셈이다.

3.70%의 정기예금 금리는 일반적인 정기예금 금리와 비교해 0.25%P 높은 수준이다. 주요 은행은 최근 가계를 대상으로 판매 중인 3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을 연 3.45%의 금리로 운영 중이다. 은행권의 자금조달 금리 기준으로 이용되는 3개월 만기 은행채의 금리도 지난달 평균 3.57%였다.

은행 간 치열한 자금 유치경쟁으로 금리가 올라간 것이다. A사는 지난달 500억원이 넘는 퇴직적립금과 여유자금 예금 유치 입찰도 진행했는데 하나은행은 1년 만기 기준 3.78%의 금리를 써냈다. 일반 가계 정기예금 금리(3.40%)보다 0.38%P 높다. 해당 자금은 Sh수협은행과 하나은행이 나눠서 유치했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저축성예금 규모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은행권의 기업 저축성예금 잔액은 538조206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1%(26조2490억원) 증가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41조63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의 요구불예금은 13조3160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더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금리 제안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금융을 둔 은행 간의 경쟁은 대출 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시중은행이 지방 기업에 3.16%의 낮은 금리로 대출 금리를 제안한 사례도 있다. 일반 가계에서 받는 주택담보대출 금리(5월 평균 3.91%)보다 낮은 금리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몇몇 은행이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다른 은행도 동참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빠른 대응을 위해 일선 지점에 금리와 한도 권한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금융은 대손비용률이 높은데 예금금리는 높게 주고, 대출금리를 낮게 주면 결국 위험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