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오너리스크', 카뱅으로 번질까
'대주주 적격성' 문제 되면…신사업 줄줄이 난항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자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정당국과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와 김범수 위원장을 동일인이라고 보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재판으로 넘겨질 경우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11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9일 김범수 카카오 위원장을 소환했고 다음날 조사가 마무리 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거액을 투입해 SM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이상으로 유지한 혐의를 받는다.
김범수 리스크, '카뱅'에 영향 끼치는 이유
김 위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카카오뱅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깐깐한 '자격요건'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국민의 자산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만큼 대주주에 깐깐한 자격을 요구한다. 이른바 '대주주 적격성'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대주주가 벌금형 이상의 처분을 받거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경우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대주주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 해당 금융회사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을 내리고, 해당 금융회사는 이 명령을 받은 이후 2주 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주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를 남기고 강제 매각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카카오뱅크를 카카오를 통해 우회 지배하고 있다고 금융당국이 판단할 경우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지분 27.16%를 보유한 카카오이며, 카카오의 최대 주주는 지분 13.27%를 보유한 김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지분은 20%를 훌쩍 넘는다.
쉽게 얘기해서 카카오뱅크에서 '카카오'를 떼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얘기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해 있었던 금융당국이 상상인 저축은행과 상상인 플러스 저축은행에 내린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이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두 은행을 지배하고 있는 유준원 상상인 그룹 대표에게 중징계를 의결,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상상인 측에서 행정소송에 나서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번 시세조종을 금융감독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 위원장의 혐의는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여기에 더해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카카오에 대한 '엄벌' 의지를 나타냈다. 당국이 더욱 깐깐하게 카카오의 '자격'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범수 리스크, 카뱅에 장기적 '악재' 작용할듯
금융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뱅크에 '장기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단 현 시점에선 검찰의 첫 소환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만약 기소가 된다면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재판에서 김 위원장에게 최종적으로 유죄가 선고돼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을 내리더라도 카카오뱅크 측이 이에 불복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면 이 역시 최종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카카오뱅크는 김 위원장 리스크를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이상 짊어지고 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기간 중 가장 골칫거리는 신사업 진출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신사업을 위한 인허가를 신청했을 때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인허가 심사를 중단한다. 실제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삼성금융 계열사 등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사업 인허가가 늦어졌고 해당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지 못했었다.
카카오뱅크도 이같은 사례를 이미 경험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의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이를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업이야 금융당국이 여러가지를 고려해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진출에 제동을 걸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글로벌 사업이다. 해외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카카오뱅크의 진출을 불허할 수 있어서다. 최근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카카오뱅크엔 악재다.
은행 한 관계자는 "해외 금융당국의 경우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딴지를 걸 가능성이 높다"라며 "최근 카카오뱅크가 해외 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기 때문에 진출하고자 하는 현지 당국과의 소통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새롭게 런칭한 '수퍼뱅크'에 10% 지분 투자를 단행,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울러 현재 태국 중앙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가상은행(국내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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