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과반 노리는 한, 결선 역전 꾀하는 나·원·윤… 소용돌이치는 전대[Deep Read]
‘어대한’ 유지되나, 비한 3인 단일화하나, ‘읽씹’ 당심에 어떤 영향 미치나… 3대 관전 포인트
강점 살리고 위기 극복할 SWOT 분석 절실… 與 변화·개혁 통한 정권재창출이 새 대표 역할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한동훈 후보 대세론은 유지될까. 나경원·원희룡·윤상현의 후보·표 단일화는 이뤄질까.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사건은 당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까지는 1차에서 과반 득표로 당권을 거머쥐겠다는 한 후보, 결선투표에서 대역전을 만들겠다는 나·원·윤 3인 후보의 물고 물리는 수 싸움이 소용돌이치는 형국이다.
◇대세론의 향배
각종 여론조사 결과 경선 초반에는 ‘어대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동훈 대세론이 존재했다. 한 후보 측은 ‘어대한’ 기류는 꺾일 기미가 없이 견고해 1차에서 과반 승리할 것이라 자신한다. 강력한 팬덤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한 후보가 후원금 계좌를 연 뒤 약 8분 만에 한도액을 다 채운 것만 봐도 그의 두터운 팬덤층을 확인할 수 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등 다른 3인 후보들은 한 후보의 대세 흐름이 뚜렷하게 약화한다면서 역전 가능성을 장담한다. 그 근거로 총선 패배 책임론과 당정 갈등 우려론을 제시한다. 특히 한 후보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제안, 김건희 여사 사과 문자 읽씹 논란이 쟁점화하면서 당원들의 이탈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당심 80%에 민심 20%로 치러진다. 국민의힘 최대 지지 세력인 영남 당원은 전체의 40%나 된다. 영남 당원은 수도권 당원(37.0%)에 비해 투표 참여율이 높고 응집력도 강하다. 더구나 이들 당원에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역 의원 중 영남 출신이나 친윤 출신이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역대 전당대회를 보면 수도권 당원들도 영남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보고 이에 동조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당심과 민심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21년 6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당시 민심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30%포인트나 앞섰지만 당심에서는 3.5%포인트 밀렸다. 100% 당원 투표로 진행된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주류 친윤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김기현 후보의 득표율이 52.9%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후보가 당원 투표에서 과반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 이번 전대에서 1차 투표 때 승부가 나지 않고 닷새 후 치러질 결선투표(7월 28일)로 간다면 여러 변수가 생긴다.
◇단일화 ·‘읽씹’ 이슈
나·원·윤 ‘후보 단일화’ 혹은 ‘표의 단일화’는 이뤄질까. 무엇보다 나·원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관심이다. 나 후보는 원 후보에 대해 “연대할 생각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나·원 연대설’에 선을 그은 것이다. 한 후보는‘나·원 연대설’에 대해 “정치공학이 당심·민심을 이기면 모두 불행해진다”고 경고했다.
선거 전 나·원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선투표를 하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3등과 4등 후보가 공개적으로 2등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경우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979년 5월 야당이었던 신민당 총재 경선 당시 1차 투표에서 이철승 후보가 1위를 했지만, 3위 이기택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2위 김영삼 후보를 지지하면서 역전이 이뤄졌다. 최근 프랑스 총선에서도 결선투표 대이변이 일어났다. 좌파·중도 후보 단일화로 1차 투표 때 1위를 차지했던 극우(RN) 집권을 막았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인 문자 ‘읽씹’ 논란은 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된 논란은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5차례나 되는 메시지를 무시한 것에 대한 적절성 여부다. 공개된 메시지 전문을 보면 김 여사는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고 했지만 한 후보는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나·원·윤 후보 측은 “김 여사의 사과 여부가 총선 최대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이를 무시한 것은 미숙한 정무적 판단”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한 후보가 “공적·정무적 사안에 대해 사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비한 측은 여당 비대위원장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공격했다. 문자 ‘읽씹’ 이후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으로 분노한 지지자들이 한 후보 측으로 결집할 것이란 전망과 ‘한동훈=배신자’론이 부각되면서 한 후보에 대한 당원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립한다.
◇후보 SWOT 분석
선거에서는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가 충돌한다. 밴드왜건은 ‘편승 효과’다. 선거에서 유권자가 대세에 편승해 1등을 달리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자와 연대감을 통해 자기 만족도를 높이려는 성향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어대한, 한동훈 대세론이 지속되면 ‘밴드왜건 효과’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반면 경쟁에서 약자는 때로 동정표 결집의 원동력이 된다. 특히 언더독이 던지는 메시지가 강력해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게 되면 약자에 대한 관대함과 일체감이 만들어지면서 그를 지지하는 일종의 ‘추격 효과’가 생긴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초반 열세의 노무현 후보가 돌풍을 일으켜 승리한 건 ‘언더독 효과’의 대표적 사례다.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프레임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프레임이란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며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정의했다.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게 그의 논지다. 레이코프는 프레임을 구사하는 상대와는 다른 언어와 가치로 무장해야 상대의 프레임 전략에 휘말리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한 후보의 대척점에 서 있는 후보들이 민심과 당심을 움직이려면 한 후보를 비판만 하지 말고 자신만의 장점과 비전을 토대로 자신의 언어로 프레임을 만들어 설득해야 한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에 대한 SWOT 분석을 해보면 <표>와 같다. 각 주자들이 지닌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은 서로 맞물린다. SWOT에서 각 후보가 승리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두 가지다. 강점을 살려 위기를 극복하는 ‘ST 전략’, 강점을 살려 기회를 잡는 ‘SO 전략’이다.
◇새 대표가 할 것
당심이나 민심이 국민의힘 새 당 대표에게 바라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누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표를 상대로 당당하게 경쟁하고 이길 수 있는가. 누가 여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가. 누가 내부 분열 없이 정권 재창출의 토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조지 레이코프’는 미국 버클리대 교수 출신의 언어학자. 사회·정치적 의제에 대한 개인의 경험과 태도는 언어 구조 안에서 프레이밍 되는 ‘핵심적 은유’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으로 널리 알려져.
‘SWOT’는 내부 환경을 분석해 강점과 약점을 발견하고 외부 환경에서 기회와 위협을 찾아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 강점·약점·기회·위협 4요소로 이뤄지며 경영·사회·정치 분야에 응용.
■ 세줄요약
대세론의 향배 : 한동훈 후보는 ‘어대한’ 기류는 꺾이지 않을 것이며 1차에서 과반 승리할 것이라 자신. 반면 나경원·원희룡·윤상현 등 3인 후보들은 ‘한동훈 대세론’ 흐름이 뚜렷하게 약화한다며 역전 가능성 내다봐.
단일화·‘읽씹’ 이슈 : 나·원·윤 ‘후보 단일화’나 ‘표의 단일화’가 이뤄질지도 관건. 특히 결선투표로 가서 나·원 단일화가 이뤄지면 결과는 예측 불가. ‘읽씹’ 논란도 80% 비중의 당심에 어떤 영향 미칠지 단정 어려워.
후보 SWOT 분석 : 선거에서는 ‘밴드왜건’과 ‘언더독’이 충돌함. 표심을 움직이려면 자신의 언어로 프레임을 만들어 유권자를 설득해야. 강점을 살려 위기를 극복하는 ‘ST 전략’, 강점을 살려 기회를 잡는 ‘SO 전략’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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