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마크롱, ‘공화국 세력’ 광범위한 연정 촉구…극좌·극우는 빼고

김귀수 2024. 7. 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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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지 시각 10일 “공화국의 제도와 법치주의, 의회주의, 유럽 지향, 프랑스 독립 수호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 세력에게 국가를 위한 확고한 다수를 구축하기 위해 진정성 있고 충실한 대화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국민들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변화와 권력 공유에 대한 분명한 요구가 드러난 만큼, 광범위한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7일 치러진 총선 결선 이후 선거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극우와 극좌 등 양극단을 제외한 ‘공화국 세력’의 광범위한 연정을 촉구한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1당 지위는 좌파 연합에 내줬지만 중도 세력을 중심으로 포스트 총선 새판짜기를 해 나가며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은 마린 르펜의 극우정당 국민연합(RN)과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대표를 위시한 좌파 진영 양쪽으로부터 반발을 부르고 있어, 향후 총리 인선 등 연립정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됩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선 지난 총선 결과에 대해 “1차 투표에서는 극우파가 1위에 올랐지만, 여러분은 극우파가 정부에 들어가는 걸 분명히 거부했다”며 “결과적으로 아무도 승리하지 못했다. 충분한 과반수를 확보한 정치 세력은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1위를 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은 자신들이 승자라며 정부 구성권을 요구하고 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사실상 이들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연합’의 구성 원칙으로는 “명확하고 공유된 공화국의 가치, 실용적이고 뚜렷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구축돼야 하며, 선거 당시 표출된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가능한 한 최대의 제도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이 연합은 당보다 국가를, 야망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남녀를 한데 모을 것”이라며 “프랑스 국민이 투표를 통해 공화국 전선을 선택한 것을, 정치 세력은 행동을 통해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는 이런 원칙에 비춰 총리 임명을 결정할 것”이라며 “이는 정치 세력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차분히 타협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금 더 주겠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때까지 현 정부는 계속해서 책임을 다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울러 “지난 일요일, 여러분은 새로운 프랑스 정치 문화의 고안을 촉구했다”며 “여러분을 위해 내가 이를 지킬 것이며, 여러분을 대신해 내가 이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서한은 NFP가 정부 구성권을 달라며 대통령을 연일 압박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서한 발표와 관련,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이 광범위하게 뭉칠 것을 촉구하며 침묵을 깼다”‘고 보도했고, 영국 가디언은 “마크롱이 정당들에게 난국에 대처, 연정을 구축할 것을 촉구하다”라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마크롱의 프랑스 의회내 ’통치 협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NFP는 마크롱 대통령이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당분간 총리직을 유지하라고 요청했을 때부터 그가 NFP 출신을 총리로 임명하지 않기 위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며 공세를 폈습니다.

NFP 측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서한 내용에도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NFP 내 극좌 성향인 멜랑숑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이 NFP가 투표에서 선두를 차지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속임수로 다른 연합을 형성하려고 시간을 벌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같은 당 마농 오브리 유럽 의회 의원도 엑스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적 쿠데타”라고 비난했습니다. NFP 소속 사회당 올리비에 포르 대표도 프랑스2 방송에서 “프랑스 국민은 선택을 했다”며 “대통령은 좌파 진영에서 총리를 임명해 공화주의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서한은 극우 진영에서도 비난받았습니다.

RN의 르펜 의원은 엑스에서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마크롱 대통령은 사흘 전 자신이 당선되도록 기여한 극좌를 저지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그들 덕분에 여권 의원들은 당선됐다”며 “이 서커스는 비열해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도 엑스에 글을 올려 “(마크롱 대통령은) 무책임하다”고 저격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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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수 기자 (seowoo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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