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신석기인 108명 DNA 분석해 보니…"흑사병 3번 유행 인구 급감"
유영규 기자 2024. 7. 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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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17%인 18명이 사망 당시 페스트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120년에 걸쳐 적어도 3차례 흑사병이 유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처음 두 차례 유행은 규모가 작고 제한적이었으나 세 번째 유행은 광범위하게 확산해 큰 피해를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세 번째 유행을 일으킨 페스트균에는 이전 두 차례 유행한 페스트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치명적인 독성인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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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서부 고인돌에서 발견된 후기 신석기 시대 30~40세 여성 유골
페스트균(Yersinia pestis)으로 전염되는 흑사병은 중세에 유행해 유럽 인구를 3분의 1이나 감소시킨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인 5천여 년 전 후기 신석기 시대에도 3차례 유행해 인구 붕괴의 원인이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프레데리크 시어스홀름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1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스칸디나비아에 있는 후기 신석기 농경인 108명의 유골 DNA를 분석한 결과 18명(17%)이 흑사병 원인균인 페스트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5천300~4천900년 전 후기 신석기 시대에 유럽 여러 지역에서는 인구가 갑자기 크게 감소하는 '신석기 쇠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원인에 대해서는 전염병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됐지만 아직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이전 다른 신석기 시대 유골 연구에서 페스트균이 확인돼 흑사병 유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당시 흑사병이 소규모 사건이었는지 대유행(팬데믹)이었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스웨덴 거석 무덤(고인돌) 8기와 덴마크 석관묘 1기에서 출토된 후기 신석기 농경인 108명의 치아와 뼈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했습니다.
출토된 유골에는 6세대 120년에 걸친 가족 관계가 확인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분석 결과 17%인 18명이 사망 당시 페스트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120년에 걸쳐 적어도 3차례 흑사병이 유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처음 두 차례 유행은 규모가 작고 제한적이었으나 세 번째 유행은 광범위하게 확산해 큰 피해를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세 번째 유행을 일으킨 페스트균에는 이전 두 차례 유행한 페스트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치명적인 독성인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이 증거들을 종합하면 당시 페스트균이 이미 광범위한 전염병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음을 시사한다며 반복적인 흑사병 유행이 후기 신석기 시대 인구가 급감한 신석기 쇠퇴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시어스홀름 박사는 5천 년 전 스칸디나비아와 북서유럽에서는 불과 몇 세기 만에 신석기 농경인 상당수가 사라졌다며 "아직 신석기 쇠퇴가 정확히 어떻게 일어났는지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 연구는 흑사병이 그 원인임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연구에서는 당시 사회 구조가 가부장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6대에 걸쳐 가족 관계가 확인된 사람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아내가 여럿인 남성은 4명이 발견됐으나 남편이 여러 명인 여성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 한 여성은 두 형제와 다른 무덤에서 발견됐으며, 이는 여성이 이웃 집단으로 시집갔음을 시사합니다.
공동 연구자인 스웨덴 예테보리대 칼 외란 셰그렌 교수는 "고대 거석 무덤에서 뼈와 치아가 발견된 사람들이 친족 관계일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200여 년간 계속돼 왔다"며 "이 DNA 분석 결과는 그 논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Karl-Göran Sjögren · Frederik Seersholm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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