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쿠르잔 북부, 대전쟁의 서막다운 퀄리티"

홍수민 기자 2024. 7. 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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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연출, 서사 등 기다린 보람 있는 시즌 3 첫 스토리

※ 이 기사에는 로스트아크 쿠르잔 북부 스토리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에 시즌 3 '심연의 끝을 마주한 자'가 업데이트됐다. 쿠르잔 남부에서 북부 스토리로 이어지며, 아크라시아 연합군과 악마 군단 간 전쟁의 서막이 열린다.

로아에 진심인 기자는 이전 쿠르잔 남부 메인 스토리도 즐겁게 감상했지만, 객관적으로는 빌드 업 과정임을 감안해도 지루하다 혹은 몰입이 덜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스토리텔링이 다소 미흡했고, 모험가인 플레이어보다 신규 캐릭터 렌과 아사르 데런 서사에 더 힘을 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쿠르잔 북부 스토리는 스킵 없이 약 4시간 정도 소요됐다. "로스트아크 스토리 이제 산으로 가는 것 같다", "엘가시아의 감동은 다 어디로 갔냐", "용두사미 되는 거 아니냐"던 유저들의 걱정을 한 방에 잠재워 줄 풍성한 분량과 퀄리티를 자랑한다.

일어나마자 사전 업데이트하고, 서버가 열리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시즌 3의 첫 스토리로서 역대급이다. 아직 플레이하지 않은 모험가가 있다면 스포일러 당하지 말고 빨리 플레이하길 권한다.

 

■ 카제로스 부활 임박, 아크라시아 연합군과 악마 군단의 대격돌

쿠르잔 남부에서의 메인 스토리는 악마 군단에 맞서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오염으로 봉쇄된 쿠르잔을 돌파하고, 궁지에 몰린 아사르 데런을 도와 비누스 데런을 몰아내고 엘네아드를 탈환했다. 

쿠르잔 북부 메인 스토리에서는 카제로스 부활을 꾀하는 악마 군단과 이를 저지하려는 아크라시아 연합군이 본격 충돌한다. 연합군은 엘네아드와 아비도스 평원을 주둔지로 삼고, 카제로스의 부활을 막기 위해 그의 육체가 봉인된 안타레스 화산으로 진입한다.

아크라시아의 존망이 걸린 대결전이라서 각 대륙 지도자와 그 세력들이 모두 참전한다. 베른 남부 멤버에 엘가시아의 라제니스, 구스토 교황이 이끄는 세이크리아까지 그야말로 어벤져스급 라인업이다.

봉인된 육체를 파괴해 부활을 우선 저지하자는 에스더 샨디와 아제나, 카제로스의 '불완전한 부활'로 이번에야말로 그를 완벽히 소멸시키자는 아만의 의견이 대립한다. 격렬한 논의 끝에 연합군은 아만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는데, 과연 이들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 훌륭한 그래픽과 발전된 연출, 스토리텔링까지 완벽

초반부 스토리는 대전쟁을 앞둔 긴장된 분위기, 모든 세력을 한 데 모으는 구심점인 모험가의 역할이 강조된다. 

연합군 집결 과정에서 로헨델과 세이크리아의 분쟁이 발생하는데, 이 때 모험가가 중재자로 나선다. 포튼쿨 전쟁부터 이어진 오랜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할 수 있을 정도로 모험가에 대한 아제나의 신뢰는 견고하다. 이러한 신뢰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여정의 결실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쿠르잔 북부에서 다양한 세력과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아크의 계승자이자 연합군의 핵심인 모험가의 존재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쿠르잔 남부처럼 남들 잔치에 온 들러리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플레이어인 모험가가 주가 되는 이야기를 원했던 입장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스토리 업데이트 간격이 꽤 있다 보니 초반부에서 이전 스토리를 리마인드해주는 것이 좋았다. 연출 측면에서도 발전된 점이 눈에 띄었는데, 특히 여러 세력이 참석한 연합군 회의가 그랬다. 대화 시 자연스럽게 시점이 돌아가고, 현재 말하고 있는 화자에 하이라이트를 주는 등 여러 모로 신경 쓴 것이 느껴졌다.

이후 격렬한 전투와 없을 수 없는 희생, 예상 외의 전개 등 스토리가 긴박하게 흘러간다. 모험가가 어느 전장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더라도, 이런 소소한 디테일이 스토리 몰입감을 좌우했다.

클리셰를 최대한 비틀고 예상 가능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성공하리라 생각했던 작전의 실패와 그로 인한 비참한 결과, 처절한 연출이 돋보인 '진멸' 장면 등이 그렇다. 

작전 실패까지는 예상 내였으나 진멸은 상상도 못했다. 업고 키운 제자를 한 순간에 잃은 샨디의 허망함과 절망, 분노에 깊게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사슬전쟁에 참가한 에스더들이 입을 모아 말하던 '항거 불가능한 재앙' 카제로스의 위용, 아크라시아가 처한 위기를 뼛 속 깊이 실감했다. 

예언의 주인공이 아니었던 루테란의 안배가 이번 스토리에서 드러나고, 그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모험가는 암흑 뿐인 심연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가져 올 수 있었다. 심연으로 내려가는 장면에서 세리아, 카인, 사이카, 뮨 히다카의 등장은 전형적이지만 감동적이었다. 서사의 탄탄한 빌드업과 연출의 힘이 아닌가 싶다.

 

■ 아직은 빌드업, 아쉬운 마무리지만 기대감 업

심연에서 모험가가 복귀하고, 희생된 이들의 추모와 함께 카제로스와의 전투를 앞둔 결의를 다지며 쿠르잔 북부 스토리가 마무리된다.  

엔딩은 마블 어벤져스의 인피니티 워가 연상됐다. 기대감을 한껏 고취시키고 "다음 편을 기대하세요"하고 끝난 느낌이다. 사실 카제로스 본체 레이드가 한참이나 남았으니 그럴 수 밖에 없지만, 과몰입하며 스토리를 본 유저 입장에선 조금 아쉽긴 했다. 물론 너무 좋아서 더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의미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대륙 스토리는 로웬이었는데, 이번 쿠르잔 북부는 로스트아크 스토리를 통틀어 가장 좋았다. 빌드업이 계속되던 루테란의 안배, 카제로스의 진정한 정체 등 다양한 떡밥이 해결된 것도 만족스럽다. 깨알같은 스타르가드 언급도 콘텐츠는 버려졌지만 스토리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희망을 안게 해 줬다.

쿠르잔 북부 스토리를 보니 카제로스 레이드 1막 에기르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기대된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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