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보헤미아' 체코의 숨은 매력 ③ 동유럽 '보석' 모라비아

성연재 2024. 7.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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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적 풍경과 순박한 사람들…한국에 덜 알려진 체코의 매력

(브르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체코 모라비아 지역은 아직 한국인에게 덜 알려진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프라하에서 승용차로 2시간 30분가량 달리면 모라비아에 다다른다.

체코 특유의 낮은 구릉 지역이 끝없이 펼쳐졌다.

평지만 지속된다면 따분할 수밖에 없는 풍경이지만, 이렇게 구릉이 만들어내는 입체감은 햇볕과 구름에 따라 끝없이 달라진다.

스메타나가 왜 '나의 조국'을 작곡했는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머릿속으로는 '나의 조국' 멜로디가 흥얼거려졌다.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모라비아 [사진/성연재 기자]

절경에 취해 달리다 뜻밖의 풍경을 만났다.

보랏빛으로 물든 평원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파켈리아 타나케티폴리아라는 꽃이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이 작물은 일반적으로 포도밭과 농경지에서 재배되며, 거름용 또는 관상용으로 기른다.

모두 차에서 내려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체코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난 느낌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체코에서 마주쳤던 강렬한 흥분이기도 했다.

모라비아는 매년 4∼5월이면 유채가 만발한다.

구릉지대를 배경으로 짙은 녹색과 유채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모라비아에서만 접할 수 있다.

모라비아를 또 찾아야 할 이유다.

모라비아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성연재 기자]

끝없이 열리는 축제들

이날은 모라비아의 작은 마을 블치노프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인 '왕들의 기마행렬' (Ride of the Kings)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가던 중이었다.

매년 5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이 축제는 오순절 전통의 하나로, 전통 복장을 하고 말을 탄 청년들이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것이 하이라이트다.

풍작과 농장의 번영을 기원하고, 젊은이들을 사회 일원으로 초대한다는 것이 축제의 목적이다.

소년들이 소녀들의 집을 방문하는 통과의례도 있다.

10살∼15살 사이의 소년 왕은 여성용 민속 복장을 한 채 말을 탄다.

축제에 참가한 소녀 [사진/성연재 기자]

2명의 시동과 왕실 기마대가 왕을 호위하며 마을을 통과한다.

적으로부터 왕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여장을 시킨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기마대는 화려하게 장식된 말을 타고 이동하다가 자주 멈춰서 과장된 소리로 흥미를 끈다.

행렬이 이어지는 동안 작은 원형극장에서는 흥겨운 음악 공연도 펼쳐진다.

몇 시간의 기마행렬이 끝나면 모두 모여 음악과 춤이 가미된 연회를 즐긴다.

축제 기간 내내 벼룩시장 등이 이곳저곳에서 열린다. 수제 잼과 수공예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모라비아에서는 매년 봄부터 여름까지 내내 이런 축제들이 펼쳐진다.

날짜를 잘 맞추면 순수한 청년들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에 참여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왕들의 기마행렬 축제 [사진/성연재 기자]

잘 맞았던 모라비아의 음악

모라비아에서 가장 큰 도시는 브르노다.

남부 모라비아의 주도 브르노는 역사, 현대 건축, 문화 그리고 개성 가득한 바와 함께하는 활기찬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학교가 많은 학생의 도시이기도 하다.

거리를 조금만 걸어보면 젊은 감성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모라비아에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체코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의 이름을 딴 야나체크 극장이다.

때마침 이곳에서는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의 공연이 펼쳐졌다.

오페라 '루살카'는 체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루살카 공연 [사진/성연재 기자]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인어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테마로 한 작품이다.

'체코판 인어공주'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체코어로 구사되는 오페라였음에도, 이탈리아어로 구사되는 오페라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야나체크 극장은 특히 무대가 무척이나 깊었다.

수십 명의 출연진이 펼치는 군무 장면에서는 깊은 무대의 느낌이 큰 감동을 주었다.

늦은 시간 공연 관람을 마친 뒤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는 창문 밖으로 여명이 보였다.

수많은 종탑을 배경으로 한 모라비아의 여명은 잊히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야나체크 극장 외경 [체코관광청 제공]

잘 맞았던 모라비아의 음식

모라비아는 순수한 자연, 다채로운 민속 문화 그리고 와인 생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모라비아는 체코 와인 생산량의 9할을 차지할 정도로 풍요로운 땅이다. 식당에서 맛본 와인들도 무척이나 우리 입맛에 맞았다.

체코 음식 대부분이 입에 맞았지만,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육회와 비슷한 그들의 음식 '타타르'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의성 마늘만큼이나 진한 향기를 품은 마늘을 함께 먹는다는 것이었다.

몽골 또는 타타르에서 온 음식 문화다.

유라시아에 걸쳐 거주했던 타타르족은 칭기즈칸에 의해 멸족당하고 몽골에 흡수됐다.

식빵에 마늘을 문지른 뒤 육회를 얹어 먹는 방식이었는데, 한국인의 입맛에 무척이나 잘 맞았다.

또 하나의 특이한 먹거리는 살구즙을 겉과 속에 듬뿍 사용한 체코 특유의 살구 찐빵인 '메룬코베 크네들리키'였다.

달콤한 살구즙이 찐빵과 잘 어울렸다.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는 모라비아의 와인 [사진/성연재 기자]

information

프라하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프라하 비지터 패스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이 패스로 60여 개의 주요 관광지에 입장할 수 있으며, 기간 내 무제한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프라하 비지터 패스 [사진/성연재 기자]

여행객들은 프라하 비지터 패스를 이용해 공식 가이드와 구시가지, 유대인 지구 등 유명 관광지를 도보 투어할 수 있다.

특히 블타바강에서 멋진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는 이색적인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프라하 비지터 패스는 48시간, 72시간, 120시간 패스로 구매할 수 있으며, 실물 카드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브르노 위치 [그래픽 박정연]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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