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했다는 후회의 실체는 무엇인가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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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4월 총선이 끝난 후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명품백 수수를 사과하지 않은 데 대해 "지금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진중권 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여사와 57분 통화했다"면서 "(김 여사가) 자신은 사과할 의향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극구 말렸다고 합니다. 한번 사과를 하면 앞으로 계속 사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정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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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사실 자체가
후회의 본질이라면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돼
나는 진 교수의 페이스북 글을 읽으면서 김 여사가 했다는 후회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사과하지 않아 총선 패배의 한 원인을 제공한 게 후회된다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잘못된 행동을 하고도 사과하지 못한 사실 자체가 후회된다는 것인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만약 전자라면 김 여사는 앞으로도 사과하지 않을 것만 같다. 총선 패배는 이미 벌어진 일이다. 김 여사가 무엇을 한들 주워 담을 수 없다. 그게 한스러워 사과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면, 지금이나 앞으로도 굳이 사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백번, 아니 만번을 사과한들 총선 결과는 조금도 달라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2년 뒤 지방선거에서 여전히 명품백 수수가 여당의 악재로 작용한다면 그때 가서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사과할 수도 있겠으나,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미래가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총선 패배가 후회의 근원이라면, 김 여사 입장에서는 당장 사과할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과하지 못한 사실 자체가 후회의 근원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게 후회의 본질이라면 지금이라도 사과를 하는 게 맞는다. 그 후회가 정치적·정략적 계산과 무관한 것이라면 사과를 늦출수록 그 후회가 계속 쌓일 것이다. 그러니 김 여사는 지금이라도 사과하는 게 어떨까 한다.
다만 기왕 사과한다면 ‘사과의 4원칙’은 지켜야 한다. 첫째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명히 밝히고, 둘째 남 탓은 하지 않으며, 셋째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할지 약속하고, 넷째 그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넷째다. 미래의 올바른 행동이야말로 최고의 사과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 상황을 보면, 김 여사가 하는 후회의 본질은 총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정무적 판단에 있는 거 같다. 김 여사가 총선 전에 사과 의향을 밝혔다는 문자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를 공격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의심이 짙어진다. 원래 사과 논란의 핵심은 사과를 하느냐, 언제 하느냐, 내용은 뭐냐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논의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명품백 수수와는 아무 관련 없는 누군가를 내치느냐 마느냐가 사과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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