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질” “현대화” 외치지만… 中침체 날릴 ‘한 방’ 없을 듯[Global Focus]
향후 5∼10년 국정 방향 발표
작년 설명없이 미뤄져 추측난무
경제 현안 해법 없어 연기 분석
국채 발행해 과학기술 지원하고
조세·재정 개혁안도 논의할 듯
외신 “빅뱅같은 개혁 기대 낮아”
사망설 돌던 친강 전 외교부장
중앙위원 박탈 등 거취에 이목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오는 15일부터 나흘간 중국에서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열린다. 당초 관례대로라면 지난해 열렸어야 할 회의가 1년 가까이 미뤄진 끝에 치러지는 것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 중국의 경기 침체를 타개할 묵직한 ‘한 방’을 기대하며 전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北京)으로 쏠리고 있지만, 기대를 충족시킬 방안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대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창한 ‘신품질생산력(新質生産力)’과 ‘중국식 현대화’ 등이 거듭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방향 발표하는 3중전회, 지각 개최 이유는 = 3중전회는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위원회의 세 번째 전체회의를 말한다. 중앙위원회는 5년 주기로 열리는 당 대회 사이에 총 7번의 전체회의를 여는데 그중 세 번째가 3중전회다. 첫 번째 전체회의인 1중전회와 두 번째 전체회의인 2중전회에서는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최고위급 지도자, 장관급 당료를 인선한다. 3중전회는 새로운 지도부가 1년간 국정을 운영해본 뒤 열리는 회의로, 향후 5∼10년간 국정 운영의 마스터플랜이 제시되는 자리여서 가장 중요한 회의로 평가받는다.
20차 당대회가 열린 다음 해인 지난해 10∼11월쯤 열렸어야 했던 이번 3중전회는 별다른 설명 없이 미뤄져 왔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이 미국 등 서방과의 관세 전쟁 및 내수 부진, 부동산 장기 침체, 청년 실업 등 경제 문제와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 산적한 현안 속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3중전회를 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시 주석이 본인의 경제정책 기조를 충실히 이행할 인사 진용을 갖추는 데 진통을 겪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당과 정부의 차관급 이상 고위직 인사 45명이 낙마했다. 이는 전년도와 비교해 약 40% 늘어난 수치다.
◇메인 키워드는 신품질생산력과 재정개혁 = 이번 3중전회에서 가장 많이 강조될 슬로건으로는 ‘신품질생산력’과 ‘중국식 현대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달 신화(新華)통신은 3중전회 개최 소식을 알리며 “중앙정치국은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 원고에 대한 의견 수렴 상황 보고를 청취했고, 토론된 의견을 기초로 이 문건을 수정해 3중전회 심의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식 현대화’에 초점을 맞춘 설명이다. 시 주석이 역설하는 중국식 현대화의 열쇠가 바로 ‘신품질생산력’이다. 시 주석이 지난해 처음 제시한 뒤 한 해 동안 최소 128차례에 걸쳐 언급할 정도로 강조하고 있는 신품질생산력은 첨단기술과 고효율, 고품질을 특징으로 하는 선진적 생산력으로, 과학기술 혁신과 첨단산업 육성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이번 회의에서 중국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 과학 기술 프로젝트 등에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앞서 지난달 14일 350억 위안(약 6조6000억 원) 상당의 50년 만기 국채를, 그에 앞선 5월 17일에는 400억 위안 상당의 국채를 발행했고 리창(李强) 총리는 특별 국채 발행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관영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조세 및 재정 개혁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조세 배분 방식이 조정될 전망인데, 이는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지방정부 재정이 계속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재정은 부동산 관련 세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부동산 위기가 지방정부 재정 악화로 번진 상황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41조7000억 위안에 달한다. 이에 현재 중앙정부에 집중된 조세 재원을 지방정부에 더 많이 배분하는 방식으로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전체 세수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세 대부분을 지방정부가 가져가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부동산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 등도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이에 관해 ‘대담한’ 개혁 방안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3중전회에서 시장 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빅뱅’ 같은 개혁이 나올 기대는 낮다”고 전했다.
◇사망설까지 돌았던 친강 미스터리 풀릴까 = 이번 회의에서는 누적된 인사 현안도 처리될 전망이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이는 한때 사망설까지 돌았던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이다. 중국의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인 친 전 부장은 시 주석의 총애를 받아 56세 때인 2022년 말 외교부장에 발탁된 데 이어 이듬해 3월 국무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러다 그해 6월부터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더니 7월 외교부장에서 해임된 데 이어 10월 국무위원직을 박탈당했고 올 2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자격도 상실했다. 중국 유명 방송인과 가진 혼외관계가 경질 사유라는 추정이 나왔고 사망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그의 거취와 관련한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화권 언론들은 그의 중앙위원 자격은 박탈되겠지만, 당적은 남겨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당 정치 규율을 위반했다는 식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인대 대표직을 박탈할 때도 중국 당국은 처벌의 의미를 담은 ‘파면(罷免)’이 아닌 ‘사퇴(辭去)’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리상푸(李尙福) 전 국방부장에 대한 처분도 주목된다. 리 전 부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공직 해임과 당적 제명 처분을 받았다. 당국은 발표문에서 리 전 부장이 “정치 기율을 엄중히 위반하고, 당과 군대의 고위 간부로서 초심과 사명을 배반했다”고 전했다. 리 전 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처분에 대한 최종 추인을 받은 뒤 군 검찰로 이첩될 전망이다.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리 전 부장에 대해선 사형 가능성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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