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라는 이름의 소신...'왕따' 이천수와 '축희진' 박주호가 압축한 축구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전 축구 국가대표팀 출신 이천수가 박주호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의 거침없는 폭로에 화답했다.
지난 10일 이천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이번 홍명보 울산 HD 감독의 한국 축구 대표팀 선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천수는 "내가 뭐 미리 '(홍명보 감독) 선임을 알고 있었다' 등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데, 내가 협회랑 사이가 안 좋은데 누가 나한테 얘기를 해주겠느냐. 나는 축구계의 왕따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경험상 흐름 돌아가는걸 보면 (안다) 갑자기 외인 감독 하는 척 하더니 김도훈 감독 임시체제를 했다. 그때부터 돌아가는 느낌이 (느껴졌다) 이 사람들(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외국인 감독을 인지하는 시스템이 없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대한축구협회는 공식 발표를 통해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전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자리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후 5개월동안 공석이었다. 처음에는 시간이 걸려도 정식 사령탑을 찾겠다던 축구협회는 방향을 바꿔 임시 감독 체제로 키를 돌렸다. 이 임시 감독직에는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과 김도훈 전 감독이 차례대로 앉았다.
이후 제시 마시 캐나다 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 쟁쟁한 외인 후보군이 뜬구름처럼 언급됐다. 그러나 결국은 돌고돌아 'K리그 감독 빼오기'로 끝나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사령탑이 사라진 울산 팬들과 외인 감독을 기다리던 한국 축구 팬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축구판 전체를 아우르는 충격파가 일었다.
홍 감독이 축구협회가 찍은 사령탑 후보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알려져있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그간 사령탑 후보군들의 이름을 조금씩 유출하며 외인 감독을 데려올 가능성을 내비추는 듯 보였다. 지지부진한 협상력으로 인해 진전된 것이 없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8일 박주호 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를 통해 모든 것을 폭로했다. 축구협회 전력강화위 내부에서 벌어지는 주먹구구식 행정처리와 폐쇄적인 사고방식 등이 속속들이 알려졌다. 외인 감독에게는 깐깐한 잣대가 적용되고, 국내 감독에게는 관대한 시선이 오간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국식 축구'라는 고루한 명목 하에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축구협회는 '비밀유지서약'을 들이대며 박 위원에게 반박했지만 축구팬들은 되려 '박주호를 지켜달라'며 불같이 일어섰다.
일각에서는 연예 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내부 일을 낱낱이 폭로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에 비교해 박주호를 '축희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가운데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지난 10일 홈에서 열린 광주와의 대결에서 0-1로 패배하고 선임 후 첫 심경을 발표했다.
홍 감독은 이 자리에서 축구 대표팀 선임에 대해 "내 축구 인생 마지막 도전"이라며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 새 팀을 정말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 도전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나는 나를 버렸고 내 안에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당연히 반응은 극악으로 치달았다. 이 날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는 분노한 울산 팬들과 축구팬들이 모여 홍 감독을 비난하는 걸개를 걸고 고함을 질렀다. 온라인 상에는 "리그에서도 이기지 못하는데 무슨 새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팬들은 또 선배인 이천수와 안정환의 유튜브 채널에도 몰려가 '박주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항의하고 또 간청했다.
일련의 과정들이 일어난 가운데 다시금 입장을 내놓은 이천수는 모든 것을 터뜨린 박 위원을 지지하는 뜻을 비쳤다.
그는 "축구인들이 좀 멋있게 늙어야하는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박)주호같은 후배가 나섰겠냐. 그런 일은 선배들이 해줘야 하는데, 후배들이 하고 있다. 선배들이 못났다"고 일갈했다. 이어 "후배가 내부 총질을 한 것인데 솔직히 주호도 엄청 힘들어질 것이다. 제2의 이천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천수는 박 위원이 축구협회 전력강화위 내부에서 입지가 그리 단단하지 못하다는 사실도 시사했다. 그는 "축구계 풍토가 나이 차가 큰 후배들은 구석자리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며 "그나마 (주호가) 외국 생활을 했기에 그렇게 된 것이다. 보통은 아무도 말을 안한다. (해도) 또 들어주지도 않는데 주호가 혼자 싸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리춘수' 채널에 모인 축구팬들은 이천수에게 "목소리를 내줘 감사하다"며 "역대 선수들 중에 이천수처럼 소신 발언한 사람도 없다" "박주호, 이천수 같은 사람을 빼면 주류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한편 홍명보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이한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9월부터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대비할 예정이다.
사진= '리춘수', '캡틴 파추호' 유튜브 채널, 대한축구협회,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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