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언팩 2024] "기기보다 플랫폼 먼저"… 삼성, XR 생태계 키우기 초점
운영체계·개발자키트 등 계획
퀄컴·구글과 삼각동맹 공고히
"확장현실(XR) 에코 시스템을 우선 확보한 후 XR 디바이스를 출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폴드6' 시리즈 언팩 행사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행사에서 깜짝 공개한 연내 XR 플랫폼 출시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노 사장은 이날 AI를 접목한 갤럭시Z플립·폴드6와 반지 형태의 '갤럭시 링', '갤럭시워치7', '갤럭시버즈3'를 공개한 후 "구글, 퀄컴과 협력해 올해 XR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반지 형태의 새로운 기기를 발표한 데 이어 폼팩터 확장에 나서면서 단순한 기기에 초점을 두지 않고 플랫폼과 생태계 키우기에 초점을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삼각동맹'으로 XR 기기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MX사업부가 XR 기기 생산을 맡고, 퀄컴은 AR글래스 전용 칩셋을 공급하고, 구글의 AI 비서가 장착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애초 XR 기기 출시 시기가 이달로 예고됐지만, 경쟁사 애플의 '비전프로' 성과가 미미하고 XR 기기가 대중성을 잡지 못하면서 생태계 확장에 우선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XR과 같은 새 기기는 기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기를 이용해서 소비자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많은 서비스 콘텐츠 늘리기 위해 에코시스템 확보가 중요하다"며 "연내 게임, 스트리밍, 콘텐츠 등 회사들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플랫폼을 먼저 공개하겠다"며 "플랫폼 차원에서 여러 에코시스템을 준비하고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당장 기기 출시보다는 운영체제(OS), SDK, 개발자 키트를 포함해 광범위한 개발 도구를 지원해 XR 콘텐츠와 생태계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AI 생태계 확장에도 나선다. 노 사장은 "올 연말까지 약 2억대의 갤럭시 모바일 기기에 '갤럭시 AI'를 탑재하겠다"며 "모바일 AI 대중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열린 상반기 언팩에서 밝힌 약 1억대 기기 목표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온디바이스AI를 최적화해 지원 모델을 2023년 이후 출시한 모든 갤럭시 S·Z 시리즈, 갤럭시 탭 등으로 늘릴 계획이다. 신제품 갤럭시Z6 시리즈 판매 목표량은 전작 대비 10% 이상 성장으로 잡았다.
노 사장은 AI 기능 유료화 계획에 대해서 "내년까지 모든 AI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2026년부터는 전년까지의 소비자 요구사항과 산업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AI 고도화를 위해선 구글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언팩에서 공개한 폴드·플립6에는 '구글 제미나이' 앱이 탑재됐다. 다만, 구글 또한 '픽셀폰'을 출시하는 만큼 협력사이자 경쟁사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 사장은 "하이브리드 AI를 강조하는 갤럭시 AI는 삼성 자체 온디바이스 AI, 클라우드 대형언어모델(LLM) 기술과 협력사의 AI를 적재적소에 담아 기능별로 최적의 성능과 안정성을 제공한다"며 "(구글과는)협력도 하고 경쟁도 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구글과의 협력을 내세웠지만, 유럽연합(EU)을 필두로 AI 규제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빅테크의 시장 독점을 조사 중인 유럽연합(EU)이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 사장은 "삼성전자 모바일의 모든 비즈니스는 지역과 국가의 법과 규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EU와도 논의하고 있고, 규격이 정해지면 당연히 따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여러 선택지를 주며 규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전작보다 6~10% 인상한 Z플립·폴드6 가격에 대해서는 "원자재와 반도체 가격, 환율 불확실성 상승, 유통망 불안정성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받았다"며 "지역별로 판매할 때는 유통 파트너사, 이통사들과 협력해 혜택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갤럭시 링에 대해서는 "링을 구독형 모델로 갈 건지, 기존처럼 판매 중심으로 갈 건지 고민이 많았다"며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것과 다른 형태의 초고집적 설계와 반도체 패키징에 가까운 기술이 들어간 만큼 지금의 가격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갤럭시 링 가격은 49만9400원으로, 별도 구독료 없이 건강지표를 제공한다. 파리(프랑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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