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진의 피치 리마인드] 벤치에 가만히 앉아 '방관'...끝까지 울산 위한 '존중' 없었다

울산 = 최병진 기자 2024. 7. 1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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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마이데일리 = 울산 최병진 기자] 홍명보 감독은 ‘방관자’였다.

7월 10일, 모든 시선이 울산으로 향했다. 차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될 홍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광주FC와의 경기가 고별전이 될 수도 있어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홍 감독은 경기 전에 말을 아꼈다. “경기 30분 전인데 대표팀 관련 이야기는 경기 후 하겠다”라며 선을 그었다.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문수경기장은 더욱 ‘화’로 가득했다. 울산 팬들은 홍 감독의 대표팀 부임 소식에 다양한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야유를 보낸 뒤에 “축협의 개 MB”, “명청한 행보”, “우리가 본 최악의 감독” 등 수위 높은 걸개로 비판을 이어갔고 “홍명보 나가” 단체 콜까지 이어졌다.

0-1로 패한 뒤에는 분위기가 더욱 심각했다. 홍 감독이 선수단과 함께 경기장을 돌자 울산의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강하게 비판을 보내며 울분을 통했다.

경기 후 대표팀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다는 홍 감독은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지키고 싶었지만 스스로 버리기로 했고 이제 한국 축구밖에 없다”고 대표팀 선택 이유를 밝혔다.

부임 배경 설명도 충분하지 않았으나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건 홍 감독의 ‘태도’였다.

홍 감독은 경기 전에 ‘대표팀 감독 부임 시기’에 대한 질문에 “나도 모르겠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주말 FC서울전도 지휘를 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하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인터뷰만 보면 팀을 떠나더라도 최대한 벤치에서 팀을 이끌고 싶다는 의미지만 실제는 달랐다.

홍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방관했다. 전술적인 지시는 코치들이 담당했고 홍 감독은 그저 벤치에 앉아 경기를 방관했다. 경기 중 선수들에게 자주 지시를 하고 때로는 강한 제스처로 심판들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주말 경기도 지휘를 하고 싶다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태도였다.

홍명보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사실상 광주전은 홍 감독의 고별전으로 유력했다. 울산 입장에서도 새로운 감독을 찾은 건 아니지만 이미 팀을 떠나기로 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건 바람직한 그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울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가 됐다. 시즌 중에, 그것도 우승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팀을 떠나기에 모두가 강조하는 ‘유종의 미’를 기대했다.

하지만 홍 감독에게 그런 모습은 없었다. 이미 자기 손을 떠났다고 판단해 경기를 지켜보기만 하는 ‘남’과 다르지 않았다.

홍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울산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홍 감독은 “너무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울산은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했다.

홍명보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 받던 응원이 야유가 됐는데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다. 다시 한번 울산 팬들과 처용전사에게 사과의 말씀드리겠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에는 울산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지만 적어도 경기 중에는 울산이라는 K리그 명문팀을 이끄는 감독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울산을 향한 존중의 가치를 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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