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문체부 차관 "한국 체육 위해 문체부·체육회 협력해야"
학교 체육·운동부 활성화에 매진…체육인 예우하는 '체육원' 용역조사 진행 중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체육 정책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어 온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위기에 봉착한 한국 체육을 살리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차관은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합뉴스와 취임 1년 인터뷰를 진행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금세 흘러갔다"는 장 차관은 "폭넓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게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으며 '이제는 어떤 일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그런 것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고 행정가로 지낸 1년을 돌아봤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로 세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1개씩을 따낸 장 차관은 은퇴 후 용인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가 2023년 7월 우리나라 체육과 관광 정책을 관할하는 문체부 2차관에 전격 발탁됐다.
장 차관은 "지난 1년간 학교 운동부 활성화,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내실 있는 스포츠 활동과 체험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며 "또 우리나라의 매력 있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장 차관은 체육과 관광 정책 홍보를 위한 대변인 회의를 일주일에 한 번씩 주재해 직접 공부하며 현안을 챙긴다.
올림픽에서 세계를 정복한 역사(力士)인 장 차관은 보름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후배들이 능히 제 실력을 발휘해 선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장 차관은 "올림픽에 나갈 정도의 실력을 지닌 선수들은 몸 관리, 체력 관리 방법을 너무 잘 알 것"이라며 "대회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때마다 조바심이 나면 무리하게 되는데 절대 불안해하지 말고 실력으로 오늘까지 버텨온 만큼 자신을 믿고 마음 편하게 올림픽을 준비하면 좋겠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가 너무 겸손하게 목표를 낮춘 것 아닌가 생각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굉장히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며 목표로 제시한 금메달 5개보다 더 많은 금메달과 메달을 수확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임 1년의 소회와 파리 올림픽 전망과 같은 가벼운 질문을 뒤로하고 끝 모를 평행선을 달리는 문체부와 체육회의 현 상황을 묻자 장 차관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언론을 사이에 두고 간접적인 전면전을 벌이는 와중에 체육인인 장 차관의 처지도 난감해진 게 사실이다.
체육 단체장의 임기 제한을 없앤 대한체육회 정관 개정 승인 요청을 문체부가 거부하고, 문체부가 체육회를 건너뛰고 종목단체와 지방 체육회에 예산을 직접 교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파리 올림픽이 끝남과 동시에 양측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장 차관은 "학교 운동부는 거의 고사할 정도로 너무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고, 파리 올림픽에 48년 만에 최소 선수단이 참여한다는 사실에도 많은 체육인이 걱정한다"며 "이는 최근의 일이 아니라 예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예산 직접 교부는 "종목의 전문가 집단인 종목단체와 어려움을 겪는 지방 체육회가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 은퇴 선수와 지도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 등을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장 차관은 문체부의 예산 직접 집행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쉽다. 체육 정책과 관련한 문제는 문체부와 체육회가 서로 협력할 문제지 토론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체육인들이 바라봤을 땐 아쉽다고 느낄 부분이 많겠지만, 제가 이 업무를 맡은 동안 뭔가 만족할 만한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체육인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런 힘을 모으는데 체육인들이 협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읍소했다.
또 체육회가 최근 문체부의 행보를 예산으로 자율성을 침해하려는 행위로 규정하고 국정농단 사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장 차관은 "시대가 많이 변했고, 그럴 생각도 없는데 그런 단어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교육부와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학교 체육과 학생 운동부 활성화 방안을 본격 논의 중이라던 장 차관은 "가령 이번 파리 올림픽에 우리나라 단체 구기종목 중 여자 핸드볼만 출전하는 것을 보며 밑에서부터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엘리트 체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체중·체고의 지원 방법, 운동을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 선수들을 아우르는 대학 내 과(科) 신설 등을 위한 정책 연구를 최근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예술원이 문화 발전을 위해 공헌한 예술인들을 예우하듯이 체육원을 독자 기구 또는 예술원 산하 분과 기구로 발족해 은퇴한 체육인들을 대우하기 위한 용역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장 차관은 전했다.
장 차관은 "내 재능을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지를 늘 고민한다"며 "앞으로 늘봄학교에서 내실 있는 체육 교육, 은퇴 선수는 물론 지도자들을 위한 정책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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