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사육·거래 느는데 가축전염병 검사 사실상 손놔
정부 검사 지원사업서 제외돼
다른 축종과 교차감염 우려 커
질병 관리체계 개선 강구해야


국내 염소산업이 성장하면서 거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염소에 대한 브루셀라병·결핵병 등 가축전염병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일선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염소에 대한 질병관리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급성장하는 산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의학계 등에 따르면 현재 염소는 브루셀라병·결핵병에 대한 질병 검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브루셀라병은 소·염소·면양·돼지 등 포유동물에서 주로 발병하는 세균성 전염병이다. 농장에서 한번 발생하면 반복적으로 유량·체중 감소와 유·사산, 불임 등을 유발해 축산농가에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핵병도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만성 소모성 질병으로 가축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두 질병은 사람도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현재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돼 법정 감염병으로 관리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결핵병 및 브루셀라병 방역실시요령’ 고시를 통해 방역 실시 범위·방법·기준 등 관리규정을 운용하며 확산 방지책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 규정들이 염소에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방역실시요령에 따른 검사 대상 가축은 ▲국내 농장에서 사육하는 소 ▲거래하거나 가축시장에 출하하는 소 ▲수출입 검역을 받는 소 ▲가축 거래 상인이 사육하는 소 ▲원유 검사 결과 양성 또는 의양성이 나타난 원유를 생산한 농장의 젖소 등 소와 젖소에 한정돼 있다.
현재 우시장 등에서는 출하자들이 구제역 백신 접종 증명서와 함께 브루셀라병·결핵병 검사 증명서도 제출해야 소를 거래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방역실시요령 제21조(준용)에서 “면양·산양·사슴·돼지 등 브루셀라병·결핵병에 감수성이 있는 동물에 대해 방역 조치 필요시 이 요령을 준용한다”고 규정해 다른 축종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실제 정부 방역사업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가 1월 발표한 ‘2024년 가축방역사업 실시요령’에 따르면 올해 가축방역사업비는 국비·지방비·자부담을 포함해 총 5294억원으로 추산됐다.
그중 염소 방역 관련 사업은 구제역 백신 지원사업과 10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한 소독약품 지원사업이 전부다. 염소 구제역 백신 지원사업을 위해서는 올해 약 15억원이 할당됐다.
반면 소는 브루셀라병·결핵병 채혈비로 153억원, 사슴은 결핵병 검진비로 3억원이 배정됐다.
이처럼 정부 방역사업에서 염소에 대한 브루셀라병·결핵병 검사 지원사업이 제외되면서 현장에선 해당 질병에 대한 검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동근 오산흑염소농장 대표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을 받은 일부 농장은 자체적으로 브루셀라병·결핵병 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분의 농장은 구제역을 제외한 질병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염소 사육·거래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현 상태를 방치할 경우 다른 축종과 교차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결핵병은 소와 사슴에서 111건, 브루셀라병은 소에서만 36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염소 경매시장은 우시장과 같은 공간을 이용하고 있어 이같은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경매시장 자체적으로 운영시간을 달리하고 염소 경매가 끝난 후 소독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방역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석 경상국립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브루셀라병·결핵병은 가축분뇨·야생동물·사람 등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며 “원론적으로 염소와 소가 같은 장소를 공유한다면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염소 질병관리체계를 개선해 브루셀라병·결핵병의 확산을 방지할 대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조호성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대한수의사회 재난형동물감염병특별위원장)는 “국내 염소 사육과 질병에 대한 실태 조사가 미흡해 질병관리체계 또한 미비한 상황”이라며 “구제역뿐만 아니라 브루셀라병·결핵병에 대한 사전 검진이 가능하도록 해 대규모 발병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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