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타임캡슐 묻은 '그 사람들' 보니…"소망 이뤄져 행복"
유영규 기자 2024. 7. 11. 07:51
▲ 타임캡슐 이벤트
"우리 아이들은 하나일까, 둘일까? 지금쯤 성년이 되었겠다. 밝고 건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그렇게 자랐겠지? 20년 후에도 서로 아껴주며 영원히 사랑하며 함께하자."
옥 모(56) 씨가 타임캡슐을 봉인하던 2004년 6월 29일은 마침 아내 박 모(54) 씨의 생일이었습니다.
당시 결혼한 지 두 달이 된 새댁 박 씨가 대표로 남긴 메시지에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희망찬 가족의 미래가 담겨있었습니다.
남편 옥 씨는 "벌써 20년이 흘러 타임캡슐을 만나게 돼 설레기도 하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라며 "제 아내는 '20대의 나'를 다시 만나는 것 같아 눈물이 난다고 한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롯데월드는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4일까지 20년 전 아이스링크 빙판 아래 타임캡슐을 봉인한 손님들을 찾는 이벤트를 했다고 오늘(11일) 밝혔습니다.
롯데월드는 2004년 6월 29일 개원 15주년을 맞아 아이스링크 빙질 향상을 위해 기존 빙판을 녹이는 과정에서 손님 50여 명을 초청해 '타임캡슐 봉인식'을 진행했습니다.
약 13㎝ 원통형 타임캡슐에는 손님들이 직접 작성한 '20년 후 사랑하는 가족·연인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가족사진 등이 담겼습니다.
2021년 7월 롯데월드는 아이스링크를 복합문화공간 '아이스가든'으로 재단장하며 타임캡슐을 꺼냈고 올해 봉인 20주년을 맞아 개봉했습니다.
롯데월드에 따르면 당시 약 45개의 타임캡슐이 묻혔고, 이번 이벤트를 통해 찾은 참가자는 12명 남짓입니다.
참가자들이 남긴 휴대전화 번호가 옛 번호인 '016' 등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연락이 닿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연자를 찾아 나섰다고 합니다.
롯데월드를 통해 전달받은 일부 사연에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사연자들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20년 뒤의 모습과 그때의 행복을 상상하면서 이 글을 써요. 이 타임캡슐을 받아 읽으면 내가 6개월짜리 수빈이를 안고 잠실에서 힘들게 있다가 갔음을 대단하게 생각하겠지."
6개월 된 딸과 함께 타임캡슐 봉인식에 참여한 박 모(50) 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박 씨 품에 안겨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새 어엿한 대학생이 됐습니다.
롯데월드에 놀러 갈 때마다 그는 가족들에게 타임캡슐을 저 빙판 아래에 묻었다고 이야기해주곤 했다고 합니다.
박 씨는 "타임캡슐 행사 때 딸이 칭얼대던 기억이 있다. 메시지 마지막 부분에 '그래그래 네가 우니까 엄마가 편지 그만 쓸게'라고 적었더라"며 "20년이 참 빨리도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족들은 건강히 잘 지내고 있고, 아이도 무사히 자랐다"며 "특별할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추억거리가 돼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타임캡슐을 묻은 사람 중에는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정빙사 정 모(63) 씨도 있습니다.
정 씨는 당시 타임캡슐 아이디어를 제안한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정 씨는 "20년 전 타임캡슐을 봉인하며 '내가 다시 타임캡슐을 볼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며 "올해 마침내 타임캡슐을 개봉하니 비로소 실감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메시지 마지막에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여 영원하라'고 적었다"며 "지금 만약 20년 후에 열어볼 타임캡슐을 다시 만든다면 똑같이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여 영원하라'고 쓰겠다"고 웃었습니다.
'얼음과 청춘을 다할 것'이라고 했던 정 씨는 롯데월드에서 정년퇴직했고 지금은 촉탁직으로 근무 중입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롯데월드가 개원 35주년을 맞아 20년 전 손님들의 메시지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도 롯데월드는 손님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롯데월드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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