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지’를 벗어난 주지훈 “파격 비주얼은 내 아이디어...재난 속 쉼표 됐길” [MK★인터뷰]
배우 주지훈이 한층 더 가벼워졌다.
듬성듬성 물 빠진 노란색 염색 머리에, 부스스한 장발의 헤어스타일은 물론이고, 꾀죄죄한 스타일까지.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자유로운 영혼의 렉카 기사 조박이 된 주지훈의 비주얼 변신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머리 스타일은 제가 제안했어요. 기능적인 측면이죠. 재난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굉장히 진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조박은 그걸 비트는 역할이잖아요.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 이야기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방식 중 하나가 헤어스타일이었던 거죠. 약간 건들거리고, 때로는 주유 비용을 ‘삥땅’치는 인물인 조박의 스타일이 점잖기는 어렵잖아요. 이를 생각하고 비주얼을 준비했어요. 대신 예상은 가나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죠”
파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준 조박은 주지훈의 말처럼 ‘오선지를 벗어난 인물’에 가깝다. 실제로 “무거운 분위기 가운데 저 혼자 튀더라”고 말한 주지훈은 “처음에는 연기하기 약간 민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영화를 향한 신뢰가 있었기에 ‘인물이 나와 안 맞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없이 캐릭터가 맡은 바 임무를 열심히 재미있게 찍었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기획의도와 일치하는 글을 좋아하는데, ‘탈출’은 누가 봐도 정확한 팝콘무비어서 좋았어요. ‘탈출’은 기획의도와 글과 제작진의 의도가 같은 영화였고, 그렇기에굳이 제가 개입할 필요도 없었죠. 만약 ‘누가 봐도 액션물인데 누가 봐도 멜로가 있다’라면 궁금한 게 많다보니 가서 질문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겠지만, ‘탈출’은 누가 봐도 스트레이트했던 작품이기에 제가 굳이 의견을 덧붙일 필요가 없었어요.”
“여러 장르를 좋아하지만, 팝콘무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해요. 많이들 놀러 가고 싶을 때 영화관에 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영화의 전개가 빠르고 사건들과 구성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 왔죠. 특히나 제 캐릭터는 위트있잖아요. 연기하는 맛이 있겠다고 생각했고, ‘신과함께’를 함께 했었고. 영화 시스템을 인지하고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죠.”
극중 조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케미를 자랑한 존재가 있다. 조박과 함께 재난의 현장으로 같이 향했던 강아지 조디가 그 주인공이다. 기본적으로 순한 아이였다고 조디에 대해 말한 주지훈은 조디와 함께했던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요즘 현장에서 반려동물에 대핸 복지가 꽤 좋아요. 조디에 비밀이 있는데, 촬영할 때 대부분 조디와 똑같이 만들어진 인형을 들고 찍었어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똑같아요. 조디가 아닌 인형과 찍은 이유는, 영화에서 보면 조박이 가방에 조디를 넣어놓고 열심히 뛰잖아요. 영화 안에서는 재난의 상황이지만, 실제는 아니잖아요. 촬영을 하다가 잘못되면 골절의 위험도 있기도 하고. 제작진 또한 처음부터 그런 고민을 하셨고 똑같은 인형을 제작한거죠. 퀄리티가 보면 돈이 많이 들어갔다고 느낄 정도로 똑같아요.”
주지훈은 ‘탈출’ 속 수준급의 CG에서부터 동료 배우간의 호흡, 그리고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극중 조박은 분위기를 띄우는 인물인만큼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와 관련해서 혹시 대사의 대부분이 ‘애드리브’는 아니었느냐라는 질문에 “애드립이 많아 보이지만, 거의 정해진 대로 가야한다”고 털어놓았다.
“생각보다 인물도 많이 나오고 규모감도 있잖아요. 애드리브가 많아 보이지만, ‘투샷’만 잡히는 것이 아니기에 거의 정해진 대로 가야해요. 사실 인물이 많이 나올 때는 애드리브를 못 쳐다. 해봤자 의성어 정도죠. 그것도 눈치껏 할 때가 많아요. 괜히 쑥스러우니까. 하하.”
“당연히 무서웠죠. 제작진들도 CG로 가능하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쭉 하고 싶어야 하는 것이 있어요. 제가 차력사도 아니고, 영화에서도 보면 상황을 타파하는 용도로 쓰이잖아요. 그 순간 저의 욕심일 수도 있는데, 사실 이기적이었던 조박이 친구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장면이잖아요. 조박이 변화되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불 없이 안 되겠더라고요. 현장에 응급팀이 있기도 했고, 안 되면 CG로 해달라고 하고 했죠.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물 같은 걸 더 발라놓기도 했어요. 나름 자신있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겁을 먹었나 보더라고요, 불이다 보니. 바이크라든지 AVB나 승마 같은 걸 연기하고 나면, 긴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다음날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있어요. 불을 뿜는 신을 연기한 후 집에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목이 아프더라고요. 왜 아프지 했다가, 다음날되니 더 아파진 거예요.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제가 너무 세게 내뿜다가 위스키가 침샘으로 넘어갔다고 하더라고요. 한 일주일 고생한 것 같아요.”
조박의 또 다른 고생담은 군견을 피하려고 정원이 운전하는 차 트렁크에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주지훈은 이에 대해 “별것도 아닌 거로 생각했는데, CG가 장점인 영화에서 왜 크렁크신은 CG가 안 됐을까 했다”고 당시의 고생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실제 개구멍으로 들어간 것 같았어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처음에 눈으로 봤을 때는 별 게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큰 몸을 트렁크에 넣는 거잖아요. 이때부터가 고난이었죠. 여기에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와 화면으로는 또 다르잖아요. 화면으로 보면 저는 답답한데 화면은 넓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화면은 밀착을 해서 찍다보니 관객이 보기에 자연스럽게 보였겠지만, 실제 공간은 없는데 연기는 해야 하고 그 상황에서 양박사(김희원 분)의 주머니도 뒤져야 하고…쥐가 많이 났어요. 감정이고 뭐고 정말 입체적으로 힘든 장면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액션 할 때와 뭐가 다르냐’고 묻고는 하는데, 액션은 고생이라면 이건 통증이었어요. 매맞는 거 같았고, 너무 아팠죠.”
‘탈출’은 국내 개봉에 앞서 지난해 열렸던 제76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먼저 전세계 영화 팬들 앞에서 상영된 바 있다. 당시 칸에 방문했던 주지훈은 당시를 떠올리며 “칸에서 봤을 때도 어어어 하다가 끝났다”고 전했다.
주지훈은 ‘탈출’은 물론이고 최근 작들을 살펴보면 ‘로맨스’ 혹은 ‘멜로’를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로 선택한 것이냐는 말에 “봄바람 살랑이는 수채화 같은 작품도 사랑한다. 일본 영화도 좋아하고 풀샷의 촬영도 좋아하는데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런 그가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메인이 ‘로코’인 건 처음”이라고 말한 주지훈은 작품에 대한 기대를 표하기도. 데뷔작이 로코물인 ‘궁’이지 않느냐고 묻자, 주지훈은 “‘궁’은 일종이 SF이지 않느냐. 왕이고 왕자가 나오는. 근데 이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제 기억으로는 일상을 연기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말을 이어갔다.
“제 캐릭터는 돈 많은 집안의 이사장인데, 작품은 이 사람이 학교에 발령돼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어요, 일상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오죠. 대본을 읽으면서 왜 내가 마음이 편안할까 했더니, 전문용어도 없고 피 땀 눈물도 없더라고요. 덕분에 위트있고 깨발랄하게 찍고 있습니다. (웃음)”
“제가 걔(20년 전의 주지훈)를 보는데 눈코입과 피부 상태를 떠나서 기운이라는 게 있잖아요. 파릇파릇함이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연기를 못 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첫 작품었음에도 당시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좋아해 주시는 건 파릇파릇함을 예뻐해 주시는 건 아닐까 싶었죠. 누가 봐도 어려 보이는 대학 초년생을 보면 그냥 예쁘잖아요.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고 싶고, 저 역시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중들이이 많이 좋아해 주셨구나를 3년 전에 알게 됐죠. 그렇다고 당시의 연기를 즐겨본다든지 하지는 않아요. 딱히 유쾌하지는 않거든요.(웃음) 리메이크로 다시 나오는 ‘궁’은 응원하고 있습니다. 하하.”
마지막으로 주지훈은 ‘탈출’ 공개되고 듣고 싶은 말에 대해 “재밌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전했다.
“영화가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배우로서 무언가를 욕심내는 시기는 지난 것 같고, 더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족하지 않는, 필요한 배우였다’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쓰임새가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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