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디센던트 "기본기가 탄탄하니 미래가 더 기대된다"
약 열흘간 밤잠 설쳐가며 퍼스트 디센던트를 플레이했다. 스팀에 찍힌 플레이 타임이 벌써 150 시간이다.
기자는 헬게이트 런던, 데스티니 가디언즈, 워프레임, 디비전 시리즈, 보더랜드, 아웃라이더스 등 루트 슈터 장르라면 가리지 않고 플레이해온 골수 유저다. 대부분 500시간에서 많게는 1000~2000시간을 플레이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꽤 재밌게 즐겼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플레이 중이다. 다만 '갓겜'이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 루트 슈터 골수 유저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매력적이지 않은 스토리와 반복적인 미션 구성 등 개선해야 할 곳이 많다.
그런데도 재밌게 즐긴 이유는 루트 슈터 장르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뼈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눈이 호강하는 그래픽 퀄리티와 캐릭터 모델링, 각 캐릭터의 콘셉트와 스킬 구성 등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모듈, 반응로, 궁극 무기 등 파밍 요소 간의 연계성도 뛰어나 빌드를 연구하는 보람이 있다. 빌드를 완성한 후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재미도 훌륭했다.
장르 : 루트 슈터
출시일 : 2024년 7월 2일
개발사 : 넥슨게임즈
유통사 : 넥슨
플랫폼 : PC, PS4, PS5, Xbox
■ 몰입감 아쉬운 메인 스토리
퍼스트 디센던트는 선대의 운명을 계승한 계승자들이 벌거스 군단과 거신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인류의 행성인 잉그리스와 연결된 차원의 벽을 닫기 위해 무한 에너지 연속체 '철의 심장'을 찾는 여정을 담았다.
출시 후 처음부터 끝까지 메인 스토리를 정주행했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내용이 거의 없다. 그만큼 몰입감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다. 매력적이지 않은 스토리도 한몫했지만, 결정적으로 메인 스토리 미션이 지나치게 반복적이다.
적 처치, 지역 방어, 점령 등 비슷한 방식의 미션이 스토리를 진행하는 내내 반복된다. 컷신이라도 좀 더 많았으면 좋았겠지만, 반복적인 미션을 한참 동안 진행하다가 목마를 때쯤 컷신이 등장하는 정도라 충분한 몰입감을 제공하지 못했다.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구간을 꼽자면 '제레미' 등장이다. 제레미는 스토리상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은 아니다. 오히려 모난 성격과 언행 때문에 비호감으로 낙인찍힌 캐릭터다.
벌거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철의 심장으로 인조인간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잘못된 주장을 펼쳐 주변 인물들과 갈등을 빚었지만, 인류의 승리를 위한다는 최소한의 명분이 있었다.
특히 제레미와 벌거스 군단의 전투 컷신은 진짜 일품이다. "제레미가 이렇게 잘 싸울 줄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컷신이 화려하다. 또한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벌거스 군단에 맞서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제레미라는 인물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다른 게임이나 영화 등에서 제레미 같은 인물은 매우 흔한 캐릭터다. 그러나 메인 스토리 미션 내내 플레이어에게 인류와 동료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듣다 보면 제레미가 입체적인 캐릭터로 느껴진다.
■ 매력적인 캐릭터만큼 다채로운 빌드
퍼스트 디센던트를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모든 계승자의 스킬 구성과 궁극 무기, 모듈 옵션을 확인했다. 빌드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을 먼저 확인해 어떤 계승자로, 어떤 빌드를 구현할지 미리 알아보기 위함이다.
실제로 구미가 당기는 빌드들이 꽤 있었다. 계승자 모듈과 스킬 모듈로 에시모의 궁극기를 극한으로 강화한 빌드라든지, 샤렌의 절단 광선 스킬을 무한으로 사용하는 빌드가 물망에 올랐다.
물론 이는 대략적인 정보만으로 구상한 가설이다. 파밍 단계에 진입해서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전까지는 해당 빌드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할지, 다른 빌드만큼 성능을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도 빌드를 구상하고 파밍 단계를 거쳐 마침내 완성된 빌드가 제대로 작동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루트 슈터 장르의 매력이다. 루트 슈터 마니아들이 해당 장르에서 잔뼈가 굵은 게임들을 수천 시간 플레이하고, 다 아는 맛임에도 홀린 듯이 루트 슈터를 플레이하는 이유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이를 잘 구현했다. 초기 테스트 단계에서 지적됐던 단순한 파밍 요소들에 스킬 모듈과 궁극 무기 등 연계성을 띤 다양한 요소들을 추가해 유저들이 여러 빌드를 연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매력적인 콘셉트로 구성된 계승자들도 돋보였다. 물과 수영 콘셉트를 지닌 밸비, 보급관 엔조, 폭파 전문가 에시모 등 각 콘셉트에 맞는 구성 덕분에 유저들은 일관적인 플레이 경험을 느끼지 않는다.
■ 공략 재미가 있는 보이드 요격전
파밍도 중요하지만 완성된 빌드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무대도 중요하다. 보이드 요격전이 그 무대다. 보이드 요격전은 다른 유저들과 파티를 이뤄 보스를 공략하는 레이드 콘텐츠다. 클리어 시 각종 재료와 모듈, 반응로, 외장 부품 등 가치 높은 보상을 얻는다.
일반 난이도까지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이었다면 어려움 난이도부터는 본격적으로 보스 콘텐츠로서 공략하는 재미가 있다. 각 보스마다 핵심 패턴이 존재해 이를 파훼했을 때 성취감이 높다.
특히 업스트럭터는 전멸 패턴과 여러 기믹이 존재한다. 만만하게 도전했다가는 실패하기 일쑤다. 기자는 새벽 시간대에 매칭을 진행했다. 유저가 적은 시간대라 만나던 유저만 계속 만났는데, 실패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기믹을 수행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꼈다.
다만, 개선점도 있다. 각 보스들은 저마다 폭주 패턴을 지닌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거나 체력이 깎이면 폭주 패턴을 시전한다. 보스가 폭주하면 공격 면역 상태가 된다. 이를 해제하려면 폭주 시 파괴 가능 부위를 파괴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한다.
일부 보스들은 파괴 부위 크기가 지나치게 작다. 게다가 수시로 움직이면서 플레이어를 공격하기 때문에 정찰 소총, 저격총 등 조준경으로 특정 부위를 저격할 수 있는 무기로도 파괴하기 어렵다.
특히 엑시큐서너, 데드 브라이드, 행드맨, 파이로마니악을 공략할 때 해당 부위를 파괴해 폭주 상태를 해제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대부분 도망다니며 생존하는 방식으로 파훼한다. 그러다가 실수로 사망하면 데스 카운터가 소모되고, 이후 공략이 힘들어진다.
보스를 공략하는 콘텐츠인 만큼 다양한 패턴으로 재미를 주되, 확실한 공략법을 제공해 유저들이 불쾌함을 느끼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 뼈대 갖춘 게임성, 지속적 개선이 관건
스팀 테스트, 오픈 베타, 테크니컬 테스트까지 플레이한 뒤 정식 출시된 퍼스트 디센던트를 일주일간 즐긴 소감은 '뼈대를 잘 갖춘 게임'이다. 테스트를 거치며 수많은 개선을 거쳤으나 아직도 손봐야 할 곳이 많다.
기존 게임들과의 비교는 차치하더라도 부족한 스토리 전달력과 일관적인 미션 구성, 사방에 흩뿌려져있는 파밍 콘텐츠, 일부 보이드 요격전 보스들의 폭주 패턴, 옵션 표기 오류 및 옵션 미적용 등은 빠르게 개선돼야 한다.
칭찬할 포인트도 있다. 루트 슈터 장르라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재미 요소들을 충분히 갖췄으며 뛰어난 그래픽과 매력적인 캐릭터 등이 장점이다. 빌드를 구성할 파밍 요소도 충분히 준비됐고, 파밍 동기 부여도 확실하다.
이범준 퍼스트 디센던트 PD의 개선 의지도 확고하다. 침투 미션 어려움 난이도에 매치 메이킹을 추가할 예정이며, 커뮤니티에서 언급되고 있는 최적화 문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출발은 순조롭다. 출시 2시간 만에 스팀 동접 20만 명을 넘어섰고, 출시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유지 중이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인 만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콘텐츠를 추가해나간다면 훗날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1. 뛰어난 그래픽 퀄리티와 매력적인 캐릭터
2. 파밍 동기를 제공하는 빌드 구성 요소
3. 공략하는 재미가 있는 보스 공략 콘텐츠
1. 매력적이지 않은 스토리
2. 반복적인 미션 구성
3. 곳곳에 흩뿌려진 파밍 콘텐츠
as7650@gametoc.co.kr
Copyright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