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탈출’ 김태곤 감독 “故이선균 구심점, 아이디어 多”
12일 개봉하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은 짙은 안갯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굿바이 싱글’의 김태곤 감독이 연출했으며, 지난해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지난해 연말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이 남긴 유작 중 하나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태곤 감독은 ‘탈출’의 시작에 대해 “제가 힘든 시절에 목포에서 서울까지 도보 여행을 했다. 혼자 걷는데 동네 풀어놓은 개들이 한두 마리가 지날 때는 무섭지 않았는데, 들개들이 나를 물려고 한 건 아닌데 쫓아오니까 무섭게 느껴졌다. 그런 공포감이 있었다. 그러면서 저 들개들도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을 텐데 싶었고 그 사연이 궁금해지더라. 이걸 재미있게 주제로 잘 풀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해 칸에 초청된 데 대해 “너무 좋았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저희가 가고 싶던 섹션이라 초청 소식을 듣고 기뻤다.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됐다. 현지 평론가 반응이 엇갈렸다는 건 들었는데 관객 반응은 좋았다. 저희끼리 자축도 많이 했다. 관객 친화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대중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잘 만지면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와 개봉 버전의 차이를 묻자 “러닝 타임과 감정 과잉된 부분을 줄였다. 요즘 관객들은 만든 사람이 먼저 가이드를 제시하는 걸 안 좋아하는 것 같다. 관객 스스로 느끼고 소화하는 걸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과잉되는 것을 덜어냈다. 안개 낀 대교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답답함을 덜어내고 속도감과 긴장감을 올리기 위해 여러 요소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객들 눈높이가 높아졌고 맞춰가는 게 쉽지 않지만 저희도 발전해가야 한다. 한국 CG(컴퓨터그래픽)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편집을 다시 한 이유도 관객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견디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 맞춰 후반 작업을 한 것”이라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가는 게 목표였다. 그 이후에는 개가 풀려나고 관객들이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할 수 있도록 그런 요소를 넣었다”고 부연했다.
김 감독은 “이선균은 재난 영화를 처음 하는데, 영화 찍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전작 ‘굿바이 싱글’을 호두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고 형이 그 소속이라 같이 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 사이였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이지 않나. 코미디도 하고 멜로도 하고 ‘나의 아저씨’ 같은 작품도 했는데, 재난 영화에는 나온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시나리오를 건넸다. 보고 재미있겠다면서 함께하게 됐다. 극의 구심점으로서 중심으로서 잘 해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형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사람은 아니다. 되게 츤데레다. 아버지임에도 아버지 역할을 꺼리는 배우들도 있는데 이선균은 그런 게 없다. 본인에게 설득되고 재미있으면 다른 구체적인 요소를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었다. 아버지 캐릭터에 대해서 형도 아버지니까 제가 따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영화 찍기 전부터도 찍으면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했고 액션에 대한 아이디어도 받았다. 촬영 전 끝나고 방에 모여서 술도 마시면서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 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주지훈에 대해 “그동안 멋있는 역할을 많이 해서 조박 역을 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시나리오 보고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양아치에 가깝다고 했더니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조박 헤어스타일도 본인이 하겠다고 했다. 극 중에서 불을 뿜는 장면도 원래 차력사를 섭외했다. 그런데 주지훈이 먼저 해보겠다고 하더라. 침샘에 문제가 생겨서 힘들어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은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형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균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계획대로 영화를 마무리하는 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했다. 잘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마지막까지 힘들었다. 무대인사를 했는데 첫 관이 종영하고 무대 인사하는 관이었다. 저희도 조심스러웠는데, 관객들이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더라. 그때 느꼈다. 고 이선균도 관객들이 많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할 것 같더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저 역시도 또 한 명의 관객이다. 어떤 것이 대중이 재미있어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재미있고 가슴뛰는 걸 만들려고 한다”며 “원래 ‘강시’라는 영화를 준비했는데 투자 여건이 위축됐다. 현재 OTT물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단계인데 거인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은 그린 액션 성장담이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탈출’이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영화일 것 같다. 긴장감, 영화적 체험에서는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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