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망치 든 국회의원

2024. 7.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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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는 양대 정당이 홈엔 어웨이 방식으로 주고받는 그들만의 리그로 달려가고 있다.

이제 '국회의원과 정치인'이라는 전문 직업군 출현으로 의회의 '국민 대표성'은 폐기돼야 할 것 같다.

특정 직업군이 과잉 대표되는 것을 막아 국회가 다양성을 갖도록 하고, 툭하면 정치문제를 사법 문제로 끌고 가는 소송정치는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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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한국 정치는 양대 정당이 홈엔 어웨이 방식으로 주고받는 그들만의 리그로 달려가고 있다. 어렵사리 문을 연 22대 국회 역시 정권 획득을 둘러싸고 연일 날이 섰다. '국민과 민생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순진한 거다. 여당과 야당을 번갈아 가며 평생 이러고만 살 듯한 직업정치인의 등장은 우리 정치를 이들 프로레슬러의 난투극, 그리고 피자 먹으며 고함지르는 열혈 관객들만의 것으로 만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국회의원'(115명, 38.3%)과 '정치인'(102명, 34.0%)으로 분류된 특정 직업집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새로운 직업군이 전체의 72%에 달한다는 것은 의회도 더 이상 국민 분포를 반영하는 '인구집단의 거울'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제 '국회의원과 정치인'이라는 전문 직업군 출현으로 의회의 '국민 대표성'은 폐기돼야 할 것 같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올해 초 자료 역시, 21대 국회의원 중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 의원이 46명(15.3%)으로 다른 전문직군 가운데 가장 많음을 보여준다. 미국 연방하원의 경우가 30%, 독일 연방하원의 경우는 22.8%인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영국 하원이 7.2%, 프랑스 하원이 4.8%, 일본 중의원이 3%인 것과 비교하면 많게는 5배가 넘는 수치다.

국회에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법률논쟁 중심의 국회 운영의 원인이자 결과다. 애초 정당과 유권자는 법조인 출신이 갖춘 법률 전문성이 의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서의 관련 경험적 연구는 이들과 비법조인 출신 의원의 입법활동을 비교했을 때 법안 발의나 가결률 등 전반적인 입법활동 성과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음을 알게 해 준다.

대의제 참뜻에 비춰보면 의회는 다양한 집단을 대표하는 의원으로 구성돼야 한다. 하지만 법률가들을 앞세워 정권을 둘러싼 공성전에만 힘을 쏟는 우리 정치는 대부분의 정치문제를 법원 앞마당에 부려놓고 사법부의 판단에 괴성만 질러댄다. 특정 직업군이 과잉 대표되는 것을 막아 국회가 다양성을 갖도록 하고, 툭하면 정치문제를 사법 문제로 끌고 가는 소송정치는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국회의원은 선출직이니 지역구에 출마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면, 특정 직업군이 많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공고화된 지역주의 정치와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지 못한 채 '전투력이나 충성도'에 좌우되는 비례대표제와 공천제를 떠올리면 설득력이 약해진다. 특정 직업 출신의 국회의원이 많은 이유는 국민의 선택 이전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국회에 진출한 법조인들이 과연 의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법원에 고소장을 두 손으로 받들고 가서 접수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무능력과 정치 부재를 자백하는 셀프디스 예능 같다. 과연 사법부의 율사에서 입법부의 의원으로 역할기대가 바뀌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오늘도 망치 든 국회의원은 여전히 세상을 온통 못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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