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고거래 방식, 이대로 괜찮은가

김혜미 2024. 7. 1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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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MBA 교수] 15년 만에 700%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시장이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4조원에서 작년 32조원으로 2년 만에 33%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여전히 계좌이체가 주요 결제 수단이다.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거래 방식의 진화가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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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MBA 교수

[오상진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MBA 교수] 15년 만에 700%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시장이 있다. 바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4조원에서 작년 32조원으로 2년 만에 33%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4조원에 불과했던 시장이 가파른 성장 궤도를 그리고 있다.

중고거래는 일상 속 대표 소비 방식이 됐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의 71%가 중고거래 경험이 있고, 20대(65%), 40대(64%), 10대(57%), 50대 이상(50%)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거래 편의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중고거래 앱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중고거래가 가능하게 됐지만, 정작 거래의 핵심인 결제 단계는 여전히 불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타인과의 직거래, 전국 단위 택배 거래 등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도 도입되고 있지만 정작 핵심인 결제 부분은 여전히 과거 방식 그대로다.

대부분의 중고거래가 2000년대 게시판 거래처럼 ‘계좌이체’ 방식을 고수 중이다. 반면 최근 10년간 이커머스 시장은 결제 편의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다. 지문과 패턴 인증만으로 가능한 간편 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플랫폼과 연계한 결제 서비스, 앱카드를 통한 원터치 결제 등 혁신적 서비스가 등장했다. 모두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결과물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중고거래 결제 편의성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한발 앞선 시도가 진행중이다. 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는 안전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중고거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메루카리는 직거래를 원천 차단하고 100% 비대면 안전결제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중고거래의 주요 리스크였던 거래 사기, 직거래 폭력 등의 문제를 안전결제 시스템으로 일거에 해결했다. 플랫폼이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고 대금 지급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으며 소비자 신뢰가 높아졌다. 그 결과 메루카리는 2013년 서비스 시작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불과 5년 만에 도쿄 증시에 상장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전문 플랫폼을 중심으로 변화가 시작 중이다. 자체 안전결제 서비스와 카드 분할 결제 서비스, 전자지갑 등 개인정보 노출 없는 간편 송금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여전히 계좌이체가 주요 결제 수단이다. 일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안전결제 서비스도 전면 도입이 아닌 이용자의 선택에 맡겨둔 상태라 거래 당사자 중 한 쪽이라도 안전결제를 원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 자체가 불가능한 한계도 있다.

중고거래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소비 방식이지만 타인에게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거래 관행이다.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거래 방식의 진화가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고거래가 대중화되고 시장이 커진 만큼 이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플랫폼 차원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하고 소비자 보호 조치를 강화해 신뢰를 높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의 도약을 기대한다.

김혜미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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