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외인 아쉬움? 'KKKKKKKKK'로 털었다…"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 롯데 가을야구 위해 돌아온 좌승사자 [MD인천]

인천 = 박승환 기자 2024. 7. 1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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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우리는 가을야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팀"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는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9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77구,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와 함께 시즌 4승째를 손에 넣었다.

올해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지 않는 모습 속에서도 11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하던 반즈는 지난 5월 26일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 1⅔이닝 1실점(1자책)을 기록하던 중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가는 상황을 겪었다. 검진 결과 좌측 내전근 미세 손상의 진단을 받았다. 한 턴 정도만 휴식을 취하면 될 것 같았던 반즈의 부상은 예상보다 심각했고, 2~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사령탑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김태형 감독은 반즈가 1군에서 이탈한 뒤 5월 2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반즈에 대한 질문에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2~3주라고 말은 하는데, 한 달까지도 걸릴 것 같다. 캐치볼을 하고 2군 경기에 나서고 하면 한 달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령탑의 예감은 적중했다. 2~3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반즈의 복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은 까닭이다. 반즈는 지난달 28일에서야 처음으로 KT 위즈 2군을 상대로 마운드에 섰다. 이탈 이후 한 달의 시간이 걸린 셈.

KBO는 올 시즌에 앞서 외국인 선수가 6주 이상 부상으로 이탈하게 될 경우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SSG 랜더스를 시작으로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등이 모두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롯데는 반즈가 이렇게까지 길게 빠지게 되는 것은 물론 단기 대체 외인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모양새였다. 김태형 감독 또한 이에 대해 "우리가 준비를 못한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줄 몰랐다. 계속 길어지고 길어졌다. 처음부터 썼어야 됐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마이데일리

반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롯데 입장에서는 복귀전에서 제 컨디션을 찾고,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반즈는 2군에서 2경기에 등판해 6이닝을 소화하며 7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무실점으로 복귀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전반기 종료에 앞서 반즈가 후반기 SSG와 3연전에는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음을 시사했고, 투구수 80구라는 제한 속에서 10일 마운드에 섰다. 그 결과 롯데의 고민이 완벽하게 해소됐다.

반즈의 투구는 압권 그 자체였다. 반즈는 1회 시작부터 박지환과 박성한, 최정으로 이어지는 SSG의 상위 타선을 상대로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좌익수 뜬공, 한유섬을 삼진 처리한 뒤 이지영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타자 고명준을 유격수 땅볼로 묶어내며 순항했다. 그리고 3회에는 최지훈을 2루수 땅볼로 출루시킨 뒤 폭투로 위기를 자초했지만, 이번에도 실점은 없었다.

반즈의 호투 속에 타선도 든든한 지원을 안겼고, 반즈는 4회부터 다시 퍼펙트한 투구를 뽐냈다. 반즈는 4회말 첫 타자 최정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요리한 뒤 에레이다와 한유섬을 모두 땅볼로 요리하며 두 번째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그리고 5회에는 2루수 땅볼 두 개와 삼진으로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생산하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사령탑은 경기에 앞서 반즈의 한계 투구수로 80구를 지정했는데, 이날 5회가 끝난 시점에서 반즈의 투구수는 59구에 불과했고, 좌승사자는 6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완벽했다.

반즈는 6회말 선두타자 최지훈에게 안타를 맞은 뒤 도루까지 허용하는 등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반즈는 박지환을 134km 슬라이더, 박성한을 132km 슬라이더, 최정을 132km 슬라이더로 모두 삼진 처리하며 'KKK' 이닝을 만들어냈고,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어 나온 불펜 투수들이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면서, 지난 5월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50일 만에 시즌 4승째를 손에 넣었다.

2024년 7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마이데일리

일단 반즈가 오랜 공백기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씻어내면서 큰 고민을 덜어낸 김태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부상에서 돌아온 반즈가 6이닝까지 무실점 호투로 너무 잘 던져줬다"고 함박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마운드에 선 반즈의 소감은 어땠을까. 반즈는 "돌아온 것 자체가 정말 기쁜 하루였다. 팀을 위해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의미있게 느껴졌다. 80구 가까이 던졌는데, 몸 상태도 괜찮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반즈는 "이전에 어땠는지를 생각하기보다 오늘 하루에만 집중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지금부터는 다음 등판이 예정되어 있는 두산전에 초첨을 맞추고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하며 "팀 분위기가 좋은 상태다. 우리는 가을야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팀이다. 이 분위기를 이어서 하루하루 승리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롯데는 아직 8위에 머물러 있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릴 수 있다. 5위 SSG와 격차가 3경기에 불과한 까닭이다. 한 달이 넘는 오랜 공백기 속에서 돌아온 '좌승사자' 반즈가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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