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어젯밤 광란의 질주에 1994 이종범이 보였다…마음먹으면 7~80도루? KIA 팬들 ‘몹시 흥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형우의 단타인데 (김도영이)홈으로 들어왔다.”
KIA 타이거즈의 10일 잠실 LG 트윈스전 5-2 대역전극. 무엇보다도 1-2로 뒤진 9회초 2사 1루서 최형우의 좌중간 안타에 1루 주자 김도영이 홈까지 파고든 장면이 가장 임팩트 있었다. 원 히트-투 베이스가 아닌, 원 히트-스리 베이스였다.
우선 ‘숨은 1인치’ 두 가지를 체크해야 한다. 경기를 중계한 MBC 스포츠플러스 박재홍 해설위원은 “김도영이 도루 스타트를 하지 않았다면 홈까지 못 들어왔다. 주자와 타자의 궁합이 맞았다”라고 했다. 실제 김도영은 LG 마무리 유영찬이 볼카운트1B1S서 3구 149km 패스트볼을 뿌리기 위해 투구 동작에 들어간 순간 2루로 출발했다. 완벽한 스타트였다.
공은 가운데에서 약간 바깥쪽으로 들어갔다. 컨택이 좋은 최형우가 어렵지 않게 밀어서 좌중간으로 보낼 수 있었다. 여기서 두 번째 숨은 1인치가 있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중계를 통해 “김도영이 홈으로 들어갈 것은 예상했다. 그런데 LG가 외야수들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타구는 짧았는데 김도영이 홈까지 들어갔다”라고 했다.
LG로선 최형우의 장타를 의식해 외야수들을 깊숙하게 배치하는 게 마침 맞았다. 이러니 막상 전형적인 단타가 나오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미 다리에 모터가 달린 양 폭주하는 김도영을 제어할 수 없었다.
이 두 가지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김도영의 주력은 놀라움 그 자체다. 말 그대로 동물적 감각에 따른 질주였고, 왜 김도영이 미친 운동능력을 보유했는지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아무리 스타트가 빠르고 외야진이 뒤에 있었어도 원 히트-스리 베이스가 쉬운 건 아니다. 아주 여유 있게 홈에서 살았다.
궁금하다. 과연 김도영이 마음먹고 누상을 휘저으면 풀타임 몇 개의 도루까지 가능할지. 김도영은 올 시즌 83경기서 26도루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건 마음을 ‘안 먹은’ 결과다. 이범호 감독부터 김도영의 도루를 장려하지 않는다. 이미 지난 2년간 부상 경력이 있고, 잦은 도루 시도가 체력저하 및 부상 위험을 키우는 걸 알기 때문이다.
KIA 공격력이 막강한데, 굳이 김도영이 체력 저하 및 부상 리스크를 안고 도루를 많이 시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김도영 본인도 전반기에 여러 차례 “사실 도루에 관심이 많은데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런데 김도영은 올스타전을 앞두고 빨리 30도루를 채우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30도루만 채우면, 정말 그 이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결국 뛰는 것보다 잘 치고 잘 막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그렇다고 해도 김도영이 마음먹고 뛰면 몇 개의 도루가 가능할지 궁금하다. 마음 먹고 뛰지도 않았는데 40도루 이상 거뜬히 해낼 태세다. KIA는 59경기 남았고, 2~3경기서 1도루씩 한다고 가정하면 그렇다.
김도영이 누상을 헤집는 모습을 보면 정말 전성기 이종범을 보는 것 같다는 야구인들도 있다. 타이밍, 센스보다 자신의 온전한 운동능력을 앞세운 스피드, 순발력이 보는 맛을 제대로 자극한다. 참고로 이종범은 1994년 무려 84도루로 도루왕에 올랐다. 30년간 깨지지 않은 역대 한 시즌 최다도루. 원조 야구천재의 최전성기이기도 했다.
도루를 자제하면서 했는데도 40개가 거뜬한 페이스라면, 바짝 신경 쓰고 달리면, 그리고 다치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하면 시즌 7~80도루는 몰라도 5~60도루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있다. 상식적으로도 그렇다. 올 시즌 도루 1위 조수행(두산 베어스, 39도루)만 해도 50도루가 거뜬한 페이스다.
참고로 이종범은 통산 510도루를 했다. 50도루 이상 다섯 차례, 30도루 이상 여덟 차례 성공했다. 어젯밤 김도영의 광란의 질주가 하루가 지나도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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