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테니스 vs 체육회 전쟁' 46억 빚 청산했는데 도대체 왜 싸울까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4. 7.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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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테니스협회 주원홍 회장 당선인(가운데)을 비롯한 협회 관계자들이 10일 100만 테니스인 긴급 기자 회견에서 체육회의 관리단체 지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체육회와 대한테니스협회의 '강 대 강' 대치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테니스협회는 회장 선거를 통해 새 수장을 뽑았지만 체육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체육회는 10일 "전날 제31차 대한체육회 이사회로부터 위임받은 회장 및 부회장단 회의에서 재정적 문제와 운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대한테니스협회(이하 '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관리단체 지정은 지난 1945년 창설돼 내년 80주년을 맞는 테니스협회 초유의 사태다.

이에 대해 체육회는 "협회의 제26~28대 회장 및 집행부는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을 위해 미디어윌(이하 '채권자')로부터 대규모 자금(30억 원) 차입 후 법정 소송 및 법원의 결정으로 채무 원금에 대해 연 19%(연 5억7000만 원)의 이자를 채권자에게 변제해야 했다"면서 "그 금액이 현재까지 약 74억 원에 이르렀고 이로 인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고 판단, 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협회는 반발했다. 지난달 협회장 선거에서 뽑힌 주원홍 회장 당선인을 비롯해 17개 시도 및 6개 연맹체 회장단은 이날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100만 테니스인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직권 남용 갑질하는 이기흥은 즉각 사퇴하고, 대한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체육회가 주장한 관리단체 지정 사유인 채무는 전액 탕감돼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46억 원의 채권이 있는 미디어윌은 최근 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되지 않는 조건으로 채무를 전액 탕감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는 체육회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절차에 대한 두 단체의 이견도 팽팽하다. 체육회는 "법적 효력이 있는 채무 면제 공증 확약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협회의 관리단체 지정을 6월 30일까지 유예했다"면서 "6월 24일 채권자가 제출한 확약서는 관리단체 지정 불가 조건이 있어 체육회 이사회가 요구하는 유효한 채무 면제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협회 측은 "체육회에서 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지만 않으면 채무가 면제되고, 체육회가 주장하는 각종 관리단체 지정 사유가 모두 해결되는데 관리단체 지정으로 모든 것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2024 파리하계올림픽 D-30 미디어 데이' 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이기흥 체육회장. 황진환 기자


사실 체육회가 협회의 관리단체 지정 명분으로 세운 재정 문제는 미디어윌이 협회의 채무를 탕감해주겠다고 하면서 적잖게 설득력을 잃은 상황이다. 체육회는 정관 제12조 1항 가맹 단체의 관리 단체 지정 요건 중 '재정 악화 등 기타 사유로 정상적인 사업 수행 불가'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46억 원의 빚이 청산이 되면 협회는 연간 10억 원이 훨씬 넘는 수익을 낼 수 있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협회는 스폰서 후원만으로도 거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은 두 단체의 자존심 대결로 번지는 모양새다. 체육회는 공증 확약서를 제출하기 전 협회가 회장 선거를 치른 점에 반발했다. 체육계에서는 상위 단체의 뜻을 거슬러 선거를 치렀다는 점에서 괘씸죄가 적용돼 관리단체 지정까지 이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협회는 17개 시도 협회장과 연맹체 회장단이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고,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이다. 손영자 전 협회장 대행은 "특히 체육회 실무자가 모 국회의원 보좌진에 협회 선거에 문제는 없다고 확인해줬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제28대 대한테니스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주원홍 회장(가운데)과 소재무 선거관리위원장(왼쪽), 손영자 당시 회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체육회의 조치에 대해 협회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관리단체 지정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포함해 이기흥 회장의 직권 남용 및 업무 방해에 대해 즉시 형사고발한다는 계획이다.

또 협회는 이와 관련해 국제테니스연맹(ITF)과도 공조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협회는 이날 체육회에 보낸 ITF 데이비드 해거티 회장의 테니스협회의 자율성, 독립성 보장을 당부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협회는 또 체육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도 연계해 대응하겠다는 복안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협회는 오는 16일 주 회장의 공식 취임식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갈등 양상이 더 커지기 전에 이기흥 회장과 주원홍 당선인이 풀어야 할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체육회장 3연임을 노리는 이 회장과 테니스 부흥에 힘을 써온 주 당선인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뜻을 모으면 어쩌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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