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현장] "대표팀은 내가 아닌 한국 축구를 위한 선택"....홍명보가 밝힌 '울산 배신' 이유, 결국 희생자는 울산 팬들
[마이데일리 = 울산 최병진 기자] "나를 지키고 싶었지만 스스로를 버리기로 했다. 이제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울산은 1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펼쳐진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에서 0-1로 패했다.
사실 이날 경기는 울산과 광주 두 팀이 아닌 홍명보 감독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홍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해당 사실을 전했고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8일에 홍 감독의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하루아침에 감독을 잃게 된 울산 팬들은 분노했다. 이번에도 당연하게 ‘감독 빼오기’를 단행한 축구협회와 감독직을 수락한 홍 감독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가 펼쳐진 문수경기장은 야유와 비판으로 가득했다. 울산 팬들은 선수단 소개 당시 홍 감독의 이름이 등장하자 아유를 보냈다. 또한 “축협의 개 MB”, “명청한 행보”, “우리가 본 최악의 감독” 등 수위 높은 걸개로 홍 감독에게 불만을 표출했고 “홍명보 나가” 콜을 외쳤다.
경기 결과도 좋을 리가 없었다. 울산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렀고 후반 20분에 이희균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결국 경기는 0-1로 끝이 났다. 경기 후에도 울산 팬들은 그라운드를 돌며 인사를 하는 홍 감독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경기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한 홍 감독은 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는지 설명했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를 이유로 꼽았다. 홍 감독은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나섰으나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고 결국 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됐다. 이후 10년 만에 대표팀을 다시 이끌게 됐다.
홍 감독은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다. 당시에 힘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 10년 동안 어려운 시기도 있었고 울산에서 3년 동안 좋은 시간도 있었다. 지난 2월부터 제 의도와 상관없이 전력강화위원회, 축구협회, 언론에서 나왔는데 정말 괴로웠다.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왔다. 스스로 질문을 했다. 어떻게 보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기기도 했다. 정말로 새롭게 팀을 만들어서 강한 팀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저를 지키고 싶었지만 스스로를 버리기로 했다. 이제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홍 감독의 대표팀 감독직 수락은 스스로에게 남은 월드컵의 실패의 치욕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다. 시즌 중에 팀을 떠난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더라도 가장 힘들었던 실패의 순간을 만회하곘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결국은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울산 팬들이 짊어지게 됐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