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단타에 1루서 홈까지 가는 20홈런 거포라니... 김도영 폭발적 스피드, KIA 또 구했다
김도영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2만 3750명)에서 5타수 무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KIA는 선발 투수 양현종의 5이닝 1실점 호투와 경기 막판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에 힘입어 짜릿한 5-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KIA는 KBO 리그 10개 팀 중 가장 먼저 50승 고지를 선점하고 50승 2무 33패로 1위를 사수했다. 2연패에 빠진 LG는 46승 2무 40패로 이날 NC에 승리한 삼성에 승률 차이로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날 김도영을 비롯한 KIA 타자들은 LG 외국인 선발 투수 디트릭 엔스의 위력적인 투구에 8회까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엔스는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 그리고 주 무기 커터로 KIA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8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펄펄 날던 김도영도 이날만큼은 고전했다. 앞선 세 타석 모두 타이밍을 쉽게 잡지 못하며 전부 외야 뜬 공에 그쳤다. 하지만 KIA가 0-2로 뒤진 9회 초, 선두타자 박찬호의 2루타로 시작된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김도영은 최원준이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치고 난 9회 초 1사 1, 3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1루에 진루했다. 선행주자 최원준이 2루에서 아웃돼 2사 1루였다. 최형우가 유영찬의 시속 149㎞ 직구를 걷어 올려 좌중간 외야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고 이때부터 김도영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최형우가 타격할 때부터 이미 1루와 2루 사이 절반이 넘는 지점에 있던 김도영은 방망이에 공이 맞자마자 달리기 시작해 2루를 거쳐 3루로 내달렸다. 최형우가 날린 공은 담장 끝까지 가지 않고 좌익수가 빠르게 잡아 내야로 송구했으나, 김도영은 이미 3루를 지나 홈까지 달리는 중이었다. 유격수 구본혁이 잡아 홈으로 송구하려 했으나, 김도영의 위치를 확인하고 송구 자체를 포기했다. 극적인 2-2 동점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단타에 1루에서 홈까지 파고드는 장면은 주자가 홈에서 1루까지 4초 안에 끊는 김도영이 아니라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김도영의 폭발적인 스피드로 기세를 올린 KIA는 연장 10회 초 대거 3득점에 성공하면서 역전승을 거뒀다.
김도영이 빠른 발로 KIA를 살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전날인 9일 잠실 LG전에서도 3번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2볼넷 4득점으로 4번 모두 출루해 4번 모두 홈을 밟았다. 김도영의 빠르기가 가장 돋보였던 장면은 8회 초 1사 1, 3루에서 나성범의 우중간 2타점 적시 2루타 때 나온 것으로 1루에 있던 김도영은 이때도 가속을 붙여 홈까지 파고들었다.
올 시즌 김도영은 83경기 타율 0.337(329타수 111안타) 23홈런 61타점 83득점 26도루, 출루율 0.406 장타율 0.614 OPS(출루율+장타율) 1.020으로 시즌 MVP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툴은 장타다. 지난 시즌 7홈런이 한 시즌 최다 홈런이었던 김도영은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20홈런을 치는 거포로 거듭나며 왜 자신이 고교 시절 5툴 플레이어라 불렸는지 입증했다. 지난 4월 25일 고척 키움전에서 KBO 리그 역사상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에 성공하고, 6월 23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무려 류현진을 상대로 시즌 20번째 홈런으로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만 20세 8개월 21일)에 한 시즌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당초 김도영의 가장 뛰어난 툴은 고등학생임에도 홈에서 1루까지 3.96초 만에 도달하는 주루 툴이었다. 여기에 타고난 주루 센스와 운동 신경까지 더해져 메이저리그(ML) 팀들의 오퍼도 받았다. 이 장점에 3년 만에 개화한 장타 툴까지 더해지며 김도영을 흠잡을 곳 없는 3번 타자로 만들고 있다.
김도영의 단타에도 1루에서 홈까지 도달하는 스피드는 클린업 선수들의 타점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형우-나성범으로 이어지는 클러치히터들이 뒤에서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면 김도영이 홈까지 파고들어 차이를 만든다. 그 결과 김도영은 득점 2위 멜 로하스 주니어(KT)의 66득점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시즌 141득점 페이스를 보인다. 이는 올해 KBO 리그에서 오로지 김도영만이 가진 장점이다.
경기 후 KIA 이범호 감독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해준 선수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며 "8회까지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는데 9회 초 박찬호의 안타로 만든 무사 2루 찬스에서 최원준의 따라가는 적시타가 나오면서 희망을 살렸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최형우의 안타 때 김도영이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 이어진 10회 초 1사 1, 3루 찬스에서 박찬호가 다시 한번 귀중한 결승 희생 타점을 올려줬고, 최원준의 적시타가 이어지면서 값진 승리를 추가할 수 있었다"고 김도영의 활약을 콕 집어 언급해 칭찬했다.
잠실=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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