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VC 어디 투자했나 봤더니... 1등은 그래도 바이오, 2등은 B2B 소프트웨어
국내 벤처캐피털(VC)이 올해 상반기(1~6월) 주목한 섹터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극심하게 위축된 투자 심리가 조금은 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헬스케어 섹터를 추격하는 산업은 B2B(기업간거래) 소프트웨어·클라우드를 포함한 엔터프라이즈 섹터다.
11일 조선비즈와 스타트업 통계 전문 기관 더브이씨가 함께 조사한 결과, 국내 VC는 올해 상반기 전체 투자 금액 2조7110억원 가운데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기업에 총 5429억7000만원(20%)을 투자했다. 이는 더브이씨가 분류하는 41개 업종 중 1위다.
업종 중 1위지만, 바이오·헬스케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매년 상반기 바이오·헬스케어 섹터 투자금이 1조원을 넘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엔 4096억원(12.4%)으로 대폭 줄었다. 작년에도 전체 업종 중 투자 1위는 바이오·헬스케어였지만, 투자 규모는 전성기의 반토막에도 못 미쳤다. 올해는 다소 살아났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VC 투자가 AI 기술이 융합된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헬스케어 섹터를 선도하던 신약 개발 기업에 대한 투심은 내려가고, 의료기기나 의료서비스 관련 플랫폼 기업 등 기술 기반 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병원 경영서비스를 개발하는 진이어스는 1월 시리즈A 라운드에서 300억원을, 병원 내 응급상황 예측 솔루션 기업 에이아이트릭스는 지난 3월 시리즈B 라운드에서 27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외과수술용 AI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휴톰, 스마트내시경 개발사인 메디인테크 등도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금액 상위에 올랐다.
바이오 전문 VC의 한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허들이 높아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임상 3상 결과까지 확보하기 어려운 신약 개발 등 분야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기조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AI 기술이 고도화하는 만큼 AI 융합 기술을 보유한 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집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헬스케어를 추격하는 섹터는 B2B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관련 기업이다. 클라우드 인프라가 확대되고 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의 활용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 59건의 투자가 진행됐다. 해당 섹터에 대한 투자는 2020년 294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890억원(14.4%)으로 늘어났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섹터는 어느 정도의 고객만 확보되면 안정적인 매출과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경영 관리 서비스 스타트업인 한국신용데이터(캐시노트)는 지난달 28일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전자계약 전문기업 모두싸인은 지난 5월 177억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를 완료했다.
바이오·헬스케어와 엔터프라이즈의 뒤를 이은 섹터는 ▲반도체·디스플레이(2798억원) ▲환경·에너지(1917억원) ▲자동차(1513억원) 등이다. VC 투자 비중 상위에 해당하는 섹터 대다수는 인공지능(AI) 기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산업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며 AI 융합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모험 자본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섹터의 절반가량을 책임진 기업은 온디바이스 AI반도체를 개발하는 딥엑스다. 딥엑스는 지난 5월 시리즈C 라운드에서 1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에너지 섹터에서 투자금 1위를 차지한 기업은 이차전지 신소재기업 그리너지(400억원), 자동차 섹터에서 1위 기업은 딥러닝 기반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스트라드비젼(420억원)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AI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새로운 AI 기술과 기업의 기반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원천 기술을 보유한 투자처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총 투자 건수는 1429건, 투자 금액은 7조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투자 건수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바이오·헬스케어(257건) 섹터가 1위를 차지했다. 엔터프라이즈(127건), 콘텐츠(99건), 음식·외식(91건), 자동차(83건)가 뒤를 이었다. 투자 금액으로는 바이오·헬스케어(9121억원) 외에 환경·에너지(6541억원), 반도체·디스플레이(6417억원), 콘텐츠(6144억원), 자동차(4758억원) 순이었다.
벤처 투자 혹한기를 맞은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섹터가 어려움을 겪었으나, 제조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선호도가 오르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섹터가 각광을 받았다.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 SaaS가 두각을 드러내며 엔터프라이즈 섹터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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