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거대 중성미자 검출기, 우주 비밀 담은 실마리 발견할까
중성미자(Neutrino)는 '유령 입자'라고도 불리는 우주의 기본 입자로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 지금도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우리 몸과 지구를 그냥 통과하고 있는 입자다. 주로 태양이 핵융합할 때, 초신성이 폭발하거나 불안정한 원자핵이 붕괴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는 특성 덕분에 중성미자가 발생한 사건의 정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먼 우주의 비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돼 천체물리학의 주요 연구 대상 중 하나다. 과학자들이 일본의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기를 통해 먼 우주에서 초신성 폭발로 발생한 중성미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중성미자 2024' 컨퍼런스에서 마사유키 하라다 도쿄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슈퍼 카미오칸데(Super-Kamiokande) 검출기로 초신성 중성미자의 힌트를 찾고 있다고 발표했다.
별은 초신성 폭발로 붕괴하면서 약 10의 58승개로 추정되는 수많은 중성미자를 방출한다. 지금까지 초신성에서 발생한 중성미자는 한 번 관측됐다. 1987년 슈퍼-K의 전신인 카미오칸데-2 검출기는 지구에서 가까운 대마젤란 성운의 초신성 폭발에서 발생한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수많은 별이 붕괴하며 생긴 중성미자는 우주에 퍼지며 '확산 초신성 중성미자 배경(DSNB, Diffuse Supernova Neutrino Background)'을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우주 공간에 퍼진 DSNB 중성미자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DSNB 중성미자들을 확인해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면 초신성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또 중성미자가 수십 억 년 동안 다른 입자로 붕괴되지 않는 안정된 입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초신성 중성미자 에너지의 스펙트럼을 측정하면 우주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초신성이 폭발했는지에 대한 단서도 제공할 수 있다.
일본 카미오카 광산 지하 1km에서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장비인 '슈퍼 카미오칸데(Super-K)'는 정제수 5만톤이 담긴 거대한 수조다. 중성미자의 반입자인 반중성미자가 물 속의 양성자와 충돌하면 양성자는 중성자와 반전자라는 한 쌍의 입자로 변한다. 반(反)입자는 어떤 입자와 질량이 같고 스핀 등이 반대인 입자다. 반전자는 물속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섬광을 낸다. 이 섬광을 수조 벽에 있는 센서로 포착해 중성미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더욱 정확한 감도로 중성미자를 검출해 내기 위해 2020년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Super-K의 수조에 희토류 금속인 가돌리늄(Gd)을 추가한 것이다. 반중성미자가 물에 부딪히며 생기는 중성자가 가돌리늄 핵에 포획되면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반전자와 중성자가 각각 만든 두 번의 섬광을 기록하면 기존 방법보다 검출 감도가 좋아진다. 검출 감도가 높을수록 중성미자의 기원을 찾아내기 용이하다.
연구팀은 Super-K에서 956일간 모은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DSNB 중성미자의 명확한 신호를 찾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다른 곳에서 발생한 중성미자 신호가 섞여 있을 수 있다"며 "확실한 초신성 신호를 잡아내려면 데이터를 더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10년 내 DSNB 중성미자를 찾는 것이 목표다.
Super-K의 후임 격인 '하이퍼 카미오칸데(Hyper-Kamiokande)' 검출기는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더 큰 규모로 실험할 수 있어 실험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yper-K도 처음에는 순수한 물로 채워질 예정이지만 이후 Super-K처럼 가돌리늄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d41586-024-02221-y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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