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악의 타자로 추락한 ‘왕년 타격왕’ 맥닐, 반등할 수 있을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왕년 타격왕은 이대로 몰락하는 것일까. 반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뉴욕 메츠는 올해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7월 10일(한국시간)까지 시즌 45승 45패를 기록해 정확히 승률 5할을 맞췄지만 순위 싸움에서는 그리 유리하지 않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는 선두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13.5경기나 뒤쳐진 3위고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따라가는 입장이다.
'마르지 않는 지갑'을 가진 억만장자 구단주의 적극적인 투자로 누구보다 많은 돈을 썼지만 성적을 사지 못한 메츠는 이제는 '실패한 투자의 대명사'가 된 듯하다. 겨우 승률 5할을 달성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써야한다는 것은 비효율의 극치다.
만족스러운 선수가 거의 없지만 올해는 특히 아쉬운 선수가 있다. 바로 주전 2루수인 제프 맥닐이다. 지난시즌에 앞서 4년 5,000만 달러 연장계약을 체결한 맥닐은 올해 1,0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는 선수다.
맥닐은 10일까지 팀이 치른 90경기 중 83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216/.274/.311 5홈런 21타점 4도루를 기록했다. 정교함, 출루 능력, 장타력, 주루, 어느 하나 뛰어난 것이 없는 성적이다.
단지 '뛰어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포장이다. 맥닐의 타율은 올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규정타석을 충족시킨 140명 중 125위. 출루율은 136위, 장타율은 139위, OPS도 139위다. 냉정히 '리그 최악의 타자'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닐보다 OPS가 낮은 타자는 올랜도 아르시아(ATL, 0.570) 단 한 명 뿐이다. 이런 맥닐이 타선의 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으니 메츠의 성적은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맥닐의 추락은 예상 범주를 벗어났다. 다소 기복을 보일 가능성은 있는 선수였지만 이정도까지 최악의 모습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없었다.
1992년생 우투좌타 맥닐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타자 중 한 명이었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12라운드에서 메츠에 지명돼 긴 5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치고 2018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맥닐은 비록 지명 순번은 높지 않았지만 굉장히 뛰어난 타자였다.
데뷔시즌 63경기에서 .329/.381/.471 3홈런 19타점 7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 투표 6위에 올랐고 첫 풀타임 시즌인 2019년에는 133경기에서 .318/.384/.531 23홈런 75타점 5도루를 기록해 올스타에 선정됐다. 2020년 단축시즌에도 52경기에서 .311/.383/.454 4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맥닐은 2021시즌 부상과 부진을 겪으며 120경기 .251/.319/.360 7홈런 35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022시즌 완벽히 반등하며 148경기 .326/.382/.454 9홈런 62타점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전체 타격 1위를 차지하며 올스타 선정, 실버슬러거 수상에 성공했다. MVP 투표에서도 득표했다. 그리고 메츠와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비록 지난해 156경기 .270/.333/.378 10홈런 55타점 10도루로 아쉬웠지만 데뷔 첫 6년 동안 672경기에서 .298/.361/.439 56홈런 269타점 29도루를 기록한 맥닐은 리그를 대표하는 정교함을 가진 타자였다. 2018-2023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363명의 타자 중 맥닐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루이스 아라에즈(0.326), 프레디 프리먼(0.314), 마이클 브랜틀리(0.306), 보 비셋(0.299) 단 네 명 뿐이었다.
올시즌 개막 직후 32세가 됐고 파워를 앞세우는 선수도 아닌 만큼 다소 기복은 있어도 2할 중후반 이상의 타율은 유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맥닐은 예상을 뛰어넘는 부진을 선보이고 있다.
맥닐은 '홈런의 시대'였던 2010년대 말 한 차례 20홈런 고지를 밟기는 했지만 애초에 장타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다. 강력한 타구를 날리거나 배럴타구를 양산하는 타자가 아니고 볼넷을 골라내는 능력이 좋은 선수도 아니다. 리그 전체에서 삼진을 가장 적게 당하는 타자 중 한 명인 대신 그만큼 볼넷도 적다.
원래 좋지 않았던 타구 질은 올해 리그 하위 1%로 떨어졌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맥닐은 올시즌 xwOBA(기대가중출루율) 0.274를 기록해 하위 7%에 그쳤고 컨택 타구의 기대가중출루율(xwOBAcon)은 0.279로 리그 하위 1%였다. 지난해까지 줄곧 리그 평균(0.245) 이상이었던 기대 타율은 올시즌 0.238까지 떨어졌다(통산 0.266). 배트 스피드도 리그 최하위권인 맥닐은 체인지업을 제외한 모든 구종을 상대로 2할4푼 미만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체인지업 상대 타율 0.353).
다만 맥닐은 지난해까지 통산 3할을 훌쩍 넘던(0.321)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가 올시즌 0.233으로 뚝 떨어졌다. 타구 질이 하락한 것도 있지만 원래 아주 질좋은 타구를 날리는 타자는 아니었던 만큼 올시즌 유독 불운한 것일 수도 있다.
메츠는 맥닐의 활약이 30대 중반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4년 연장계약을 안겼다. 32세인 맥닐은 아직 노쇠화로 기량이 급감하기에는 이른 나이다. 어느 타순에서든 든든한 정교함으로 활약해줄 수 있는 맥닐의 존재는 메츠가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과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맥닐이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맥닐은 통산 전반기(.293/.363/.404)보다 후반기(301/.356/.467) 성적이 훨씬 좋은 타자다.(자료사진=제프 맥닐)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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