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작가의 ‘빅 픽처’ [취재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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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편집국에 독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시사IN〉 제875호 '장정일의 독서일기' 코너에 실린 서평 '박정희가 잘못 끼운 아파트라는 '첫 단추''에 관해서였다.
2022년 제746호, 제765호, 제781호 원고에서도 장 작가는 비슷한 문체 실험을 한 바 있다.
〈시사IN〉을 받아 읽는 독자들이 앞쪽 지면에서 육하원칙(일종의 일점 투시 원근법)에 충실한 기사를 내리 보느라 힘들었으니 뒤쪽에선 제 글을 보며 숨을 좀 쉬시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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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편집국에 독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시사IN〉 제875호 ‘장정일의 독서일기’ 코너에 실린 서평 ‘박정희가 잘못 끼운 아파트라는 ‘첫 단추’’에 관해서였다. 많은 독자들이 이 글에서 종결어미 ‘~다’와 ‘~요’가 문장마다 다르게 섞여 있다며, 편집 실수인지 필자의 의도인지를 궁금해했다.
답을 먼저 드리자면, 편집 실수가 아니다. 필자인 장정일 작가의 ‘의도한 혼용’이다. 2022년 제746호, 제765호, 제781호 원고에서도 장 작가는 비슷한 문체 실험을 한 바 있다. 〈시사IN〉 편집국도 필자의 의사를 존중해 ‘다요체(장 작가가 붙인 ‘~다’와 ‘~요’의 혼용 문체 이름)’ 종결어미를 살려뒀다. 장 작가의 설명을 정리해 아래에 옮긴다.
“미술을 비롯한 여러 시각예술에서는 큐비즘(입체주의) 이후, 일점 투시 원근법이 붕괴되었습니다. 문학에서도 자동기술, 내면독백, 다중시점 등에 의해 일인칭 서술이 무너졌습니다. 다만 육하원칙을 고수하는 저널리즘에서는 그런 자유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시사IN〉을 받아 읽는 독자들이 앞쪽 지면에서 육하원칙(일종의 일점 투시 원근법)에 충실한 기사를 내리 보느라 힘들었으니 뒤쪽에선 제 글을 보며 숨을 좀 쉬시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스스로는 ‘근엄한’ 필자 이미지를 스스로 망가뜨리면서 〈시사IN〉 독자에게 드리는 일종의 ‘서비스’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 차례 이 실험을 해보면서 차츰 ‘다요체’ 나름의 문법을 정비하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그러나’ ‘하지만’ 같은 역접은 앞서 나온 근거나 주장을 뒤집을 때 쓰는 건데, 그때 ‘요’로 어미를 바꾸어주면 마치 다른 필자(화자)가 툭 튀어나와 앞의 주장이나 논리를 편 필자에게 반박하거나 응수하는 것처럼 여겨져, 아주 대화적이고 입체적인 효과가 납니다.
이 정도가 제가 ‘다요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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