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충격의 주가…"70원짜리로 전락" 골드만도 물린 '이 주식'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10일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차오화과학기술(SZ:2288·차오화)은 전일과 같은 0.37위안(약 70원)을 나타낸다. 차오화 주가는 올해 초만 해도 4위안(약 759원)대였으나 실적 부진에 허위 공시 의혹까지 겹치면서 1위안(약 189원) 아래로 추락했다. 역대 고점(2021년 9월23일, 11.2위안)과 비교하면 96%대 빠졌다.
차오화는 지난달 27일 거래가 정지됐고, 이튿날 상장폐지 사전통지를 받았다. 중국 본토 A주만 발행하는 상장회사의 종가가 20거래일 연속 1위안 미만일 경우 해당 주식의 상장 및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선전 증권거래소 규정이 있어서다. 사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달 중으로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1999년 설립된 차오화는 리튬 배터리에 들어가는 동박과 인쇄회로기판(PCB) 생산과 판매를 주사업으로 하는 기업이다. 연간 순이익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수천만위안 수준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2022년 이후로는 매년 3억위안~5억위안대(약 569억~94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주가도 실적 악화에 따라서 점점 낮아졌다. 차오화의 시가총액은 동박 출하량이 중국 업체 가운데 7위를 차지했던 2021년에는 100억위안(약 1조 8986억원)을 넘겨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로는 실적 부진에 따라서 주가도 점점 내려갔다. 이날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3억4500만위안(약 654억원)이다.
주가 폭락의 결정적인 원인도 실적 공시였다. 올해 초 차오화는 지난해 순손실이 2~3억위안대에 이를 것이라고 공시했으나, 지난 4월30일 연례보고서를 내면서는 연간 순손실이 5억3800만위안(약 1021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순손실이 예상치의 두 배에 이른다는 소식에 패닉셀(Panic Sell)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는 폭락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외국 기관 투자자가 중국 증시를 '사기'라고 하는 이유"라는 자조적인 평도 나왔다. 중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차오화에는 지난해 말 모간스탠리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올해 초에는 골드만삭스가 307만주를 추가 매입해 7대 주주로 올라섰다"라며 "만약 두 회사가 제때 투자금 회수를 못 했다면 손실은 100%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차오화 주식을 매수해 손실을 본 주주들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시나투자자보호플랫폼은 지난 9일 차오화 투자자 리씨를 비롯한 400여명의 투자자에게 권리 보호 신청서를 접수해 손해배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오화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규모는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차오화의 위기가 업계에 던지는 경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배터리 산업의 호황으로 동박 수요가 크게 늘었으나, 기업의 생산능력 확장이 그보다 빠르게 이뤄지면서 과잉 공급이 현상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많은 동박 제조 업체가 영업이익 급감이나 적자 전환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차오화와 같이 영업 사정이 악화되는 동박 업체가 다수 있다는 평이다. 중국 전자소재산업협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보고서를 낸 중국 동박 업체 24곳 중 9곳은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9곳은 5000만위안(약 94억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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