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웠지만, 하고 싶었다" 홍명보 감독, 원칙 어길 만큼 본인 '승부욕' 중요했나... 독이 된 2014 월드컵 '실패 기억'

박재호 기자 2024. 7. 1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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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홍명보 감독이 지난 10일 울산 남구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 대 광주FC의 프로축구 K리그1 22라운드가 끝난 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울산 팬들에게 인사한 뒤 돌아서는 홍명보 감독(가운데)의 모습. /사진=뉴시스
홍명보(55) 감독이 직접 밝힌 한국 A대표팀 승낙 이유는 '승부욕'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 대 광주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섰다. 지난 8일 홍명보 감독이 한국 A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깜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첫 공식 석상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무거운 표정으로 A대표팀으로 부임하게 된 이유를 차근차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다들 아시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당시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솔직한 심정으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내가 알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랬던 홍명보 감독이 마음을 바꾼 건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간곡한 부탁을 하고 나서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5일 집 앞으로 찾아온 이임생 이사를 뿌리치지 못했다. 그가 축협의 MIK(메이드 인 코리아)란 기술 철학을 이야기했고, 이를 실행하기에 가장 좋은 건 A대표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며 제안을 고민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날 밤 이임생 이사는 돌아갔고 홍명보 감독의 고민이 시작됐다. 그는 "밤새 고민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에 도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지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총괄기술이사. /사진=뉴시스
하지만 고민의 끝은 '승낙'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 나오기 시작했고 내게 계속 질문했다. 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전에 실패했던 일(2014 브라질 월드컵)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도전하고 싶은 강한 승부욕이 생겼다. 팀을 새로 강한 팀을 만들어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 본인이 밝혔듯이 2014 브라질 월드컵은 그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자 치욕으로 남아있다. 당시 2014 브라질 월드컵이 1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팀을 제대로 만들 시간도 없이 월드컵에 나가 조별리그 1무2패로 탈락했다. 당시 1차전 러시아와 1-1로 비기며 선전했지만 알제리와 2차전에서 경기 내내 끌려다니며 2-4로 완패했다. 벨기에와 3차전은 상대 선수가 퇴장당하는 수적 우위 속에서도 졸전 끝에 0-1로 패했다.

홍명보 감독은 '명예회복'을 바랐다. 무엇보다 지금은 10년 전과 상황이 더욱 '좋게' 변했다. 월드컵 성공을 위한 가장 큰 조건인 선수층이 역대 최강이란 평을 듣기 때문이다. 대표팀 주장으로 손흥민(토트넘)이 건재하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등 유럽파 공격수와 철벽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있다. 비난 여론을 딛고서라도 감독으로서 욕심 날 만한 조건인 셈이다.

취재진 질문을 듣는 홍명보 감독. /사진=뉴시스
홍명보 감독도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라고 이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감독으로서 발전한 본인의 능력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홍명보 감독은 "(감독으로서) 지금과 10년 전은 많이 다르다. 솔직히 그때는 경험도 많이 부족했고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10년 전보다는 K리그 경험도 아주 많이 하고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의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임생 이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5일 밤 11시 홍명보 집 앞에서 처음 만나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고, 홍명보 감독은 다음 날 아침 9시에 대표팀을 하겠다는 전화를 걸었다. 제안을 받고 수락까지 10시간이 걸린 셈이다. 본인 승부욕과 2014 브라질 월드컵 명예회복을 바라는 의지. 이것들이 감독 선임 속 지켜져야 할 중대한 원칙과 과정을 단 10시간 만에 깰 정도로 더 중요했는지 본인 스스로 돌아봐야 할 듯하다.

홍명보 감독이 벤치에 앉아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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