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에서 나갈 자유 달라”...인천공항공사의 요청, 왜
인천공항공사가 공항 부지 1261만㎡(약 381만평)를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해달라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요청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이는 경제자유구역의 73%에 해당하는 크기로 기존 지정 구역 대부분에 해당한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개발 사업 등을 진행할 때 세금 감면, 용적률 상향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개발 성과가 없어 경제자유구역이 조정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사업 시행자인 당사자가 원치 않는다며 해제를 요청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항공사가 구역 해제를 요청한 건 혜택은 적고 규제는 이중으로 시달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항은 국토교통부가 소관하는 공항시설법 규제 대상인데, 인천시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는 경제자유구역 관련법도 적용되면서 중복으로 인·허가를 받아야 해 비효율이 심하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용적률 혜택 등은 공항의 고도 제한 때문에 적용되지 않는 데다, 세금 감면 혜택도 공항 지역엔 해당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공항공사 측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덕에 투자를 유치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중복 인·허가와 같은 비효율이 없어지면 앞으로 기업 유치가 더 원활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은 기업 유치를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경제자유구역은 규제 완화를 통해 외국인 투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 구역으로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등 전국 9곳이 지정돼 있다. 공항 주변, 청라, 송도에 걸쳐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국내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규모도 가장 크다. 공항 주변은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본격적인 기업 유치, 개발 등이 시작된 건 2017년부터다.
인천공항공사가 지정 해제까지 요청한 건 공항이 미래 동력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글로벌 항공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선 인·허가 등 행정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야 하는데,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방해 요소”라고 했다. 공항공사는 경제자유구역 해제를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등 내부적으로 수년간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다수의 보안구역으로 구성된 공항은 공항시설법의 적용을 받는다. 시설물을 짓기 위해선 국토부의 인·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론 인천시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인·허가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3~6개월이면 끝날 인·허가 과정이 불필요하게 1년 이상 길어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더욱이 경제자유구역은 지구 단위로 인허가를 시행하기 때문에 개별 사업을 할 때마다 지구 전체 개발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반면, 얻는 인센티브는 크지 않다. 경제자유구역에 지정되면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이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 기업 유치의 가장 큰 유인책이라던 법인세 감면은 EU(유럽연합)의 조세 형평성 문제 지적 때문에 2019년 국내 제도 자체가 폐지됐다. 50% 용적률 상향 카드 역시 고도 제한에 걸리는 공항 특수성 때문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항 관계자는 “공항 주변에 들어오는 업종을 고려했을 때 재산세 감면 정도가 혜택인데 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다.
개발 이익 환수 관련법에 따라 개발 이익 일부를 인천시에 내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꼽힌다. 도움을 받는 건 적은데 지출이 발생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게 공항공사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인·허가로 공항공사를 힘들게 한 적이 없고, 빠른 건 3개월 안에도 진행이 된다”며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등도 경제자유구역 내에 있어 매년 수억원의 지방세 감면 혜택을 얻는다”고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수도권 공장 총량제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MRO 단지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업계에선 공항 측의 해제 요청을 계기로 경제자유구역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도를 만들었지만, 유인이 크지 않은 데다 전국 각지로 확대되며 지역균형발전제도로 변질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코로나 후 공급망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빠져나오는 기업들을 유치할 기회로 여겨졌지만, 성과는 없었다”며 “지방을 원치 않는 해외 업체 대신 국내 기업 유치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2017년 17억1700만달러(약 2조3700억원)가량이던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액은 지난해 9억9400만달러로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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