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전청약 조건' 공동주택 용지 11곳 해약…청약 당첨자들 '격앙'

김민호 2024. 7. 11. 0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민간사업자가 사전청약 실시 조건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사들였다가 사업을 포기한 공동주택 필지가 11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 사전청약이 주택 공급 시기를 최대 3년까지 당긴다던 정부 예측과 달리 곳곳에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서 수도권에서는 이르면 내년부터 신축 아파트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전청약 필지 55곳 중 올해만 11곳 '사업 취소'
공급량 기준 1510가구 당첨 무산... "정부 책임"
경기 화성시 동탄2 C28블록 사업 취소를 알리는 안내문. 홈페이지 캡처

민간사업자가 사전청약 실시 조건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사들였다가 사업을 포기한 공동주택 필지가 11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 공급난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전청약 당첨자 사이에서는 정부가 민간 사전청약을 사실상 강제한 만큼, 구제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0일 LH에 따르면 민간 사전청약 제도가 도입된 2021년부터 폐지된 2022년까지 사전청약 실시 조건으로 민간에 매각한 필지는 모두 55곳이다. 당시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정부는 청약 시기를 사업승인 전으로 앞당긴 사전청약 제도를 공공분양에 도입했고 이후 이를 공공택지 내 민간사업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경기 파주·화성시 등 수도권에서 민간사업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이달 5일까지 토지 계약이 해지된 사업장은 모두 11곳이다. 사업자들이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세를 견디지 못해 취소한 것이다. 이 가운데 4곳은 2022년 사전청약 당첨자를 선정했지만 마지막까지 본청약을 실시하지 못했다. 1월 경남 밀양시 부북지구 제일풍경채 S-1블록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경기 화성시 동탄2 주상복합 C28블록, 이달에는 파주시 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 사업이 차례로 무너졌다. 자발적으로 사전청약을 실시했다가 1월에 사업을 취소한 인천 서구 가정2지구 B2블록까지 합치면 사전청약 공급량 기준으로 1,510가구가 취소되는 셈이다.

C28블록 사업자인 리젠시빌주택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안내문에서 “최근 악화되는 부동산 경기 및 건설자재 원가 상승 등 불가피한 사유로 아파트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며 “부득이하게 사업 취소를 안내하니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민간 사전청약이 주택 공급 시기를 최대 3년까지 당긴다던 정부 예측과 달리 곳곳에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서 수도권에서는 이르면 내년부터 신축 아파트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주택은 통상 인허가로부터 3년 이상 지나야 준공되는데 민간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22년 48만1,877호에서 지난해 35만853호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민간 주택 인허가 물량이 28만 호에 그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민간 계약을 정부가 수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6개월 안에 민간 사전청약을 실시하도록 조건을 걸고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했으니 현 상황을 방관하면 안 된다고 정부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사전청약 취소 사례가 더 발생하면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파주시 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 당첨자가 모인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사전청약을 시행한 민간 공동주택 44곳 중 16곳만 본청약을 진행했다.

대책위는 11일 경기 파주시 LH 파주사업본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택지를 재공급할 때 기존 당첨자의 자격을 유지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윤모(35)씨는 “전세사기 피해자도 정부가 구제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입법까지 하는 상황”이라며 “사전청약을 조건으로 토지를 판매한 정부가 이번 일과 자신들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