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명함도…’ 역대급 외인들 방망이
심진용 기자 2024. 7. 11. 04:10
올시즌 토종들보다 유독 강세
wRC+ 최근 10년간 가장 높아
로하스 타격 전부문 최상위권
키움 도슨도 무서운 상승세
맥키넌 방출한 삼성은
새 얼굴 카데나스에 기대
삼성 데이비드 맥키넌이 올스타전 홈런을 마지막으로 짐을 쌌다. 맥키넌은 전반기 동안 타율 0.294, 4홈런에 그쳤다. 2024시즌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의 기세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맥키넌까지 포함해 올 시즌 외국인 타자 10명이 기록한 조정 득점 창출력(wRC+)이 평균 139.0으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다.
이들이 전반기 동안 쌓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스탯티즈 기준)는 도합 25.25다. 지난 시즌 전체 27.1에 이미 근접했고, 2021시즌 20.25는 이미 뛰어넘었다. 리그 전체 야수 WAR 총합 142.7과 비교해 17.7%를 외국인 타자 10명이 만들었다. 2021시즌 8.3%와 비교하면 외국인 타자들의 비중이 2배 이상 커졌다.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 외국인 타자들의 강세가 유독 도드라졌다. 올 시즌 처음 도입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영향도 커 보인다. 모두가 기계 존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선수들이 ‘상대 우위’를 잃은 셈이다.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역시 ‘왕년의 MVP’ 멜 로하스 주니어(KT)다. 타율 0.320, 출루율 0.424, 장타율 0.572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OPS 0.996으로 전체 2위, wRC+는 163.4로 리그 1위다. 외국인 타자로는 이례적으로 리드오프 역할까지 맡아 KT 공격을 이끌고 있다. 한국판 ‘강한 1번’인 셈이다.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로니 도슨(키움), 빅터 레이예스(롯데)는 차례로 타율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슨의 최근 기세가 특히 무섭다. 5월 한 달 타율 0.444를 기록했고, 6월 역시 0.354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wRC+ 158.5로 로하스, 김도영(162.9)에 이어 전체 3위다. 브라이언 오그레디와 닉 윌리엄스의 참혹한 성적으로 지난해 내내 외국인 타자 갈증에 목말랐던 한화는 올 시즌 요나단 페라자의 활약이 특히 반갑다.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전반기 동안에만 17홈런을 때렸다.
NC 맷 데이비슨은 파워 하나만 따지면 ‘역대급’이라는 평가다. 전반기 26홈런으로 이 부문 단독 선두다. 삼진이 많고, 0.218에 그치고 있는 득점권 타율이 아쉽지만 홈런 능력으로 만회 중이다.
시즌 초 부진으로 눈총을 샀던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두산 헨리 라모스도 시즌 중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준수한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5월까지 OPS 0.8을 밑돌던 소크라테스는 6월 한 달 동안 타율 0.329에 OPS 1.017을 기록했고 7월 역시 OPS 1 이상을 찍으며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첫 달 타율 0.212로 출발해 퓨처스리그까지 다녀왔던 라모스 역시 5월 한 달 OPS 1.081로 기세를 회복했다.
누구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니 삼성의 외국인 타자 고민 또한 클 수밖에 없다. 타자 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를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데도 팀 OPS 0.741에 팀 타율 0.260으로 모두 리그 최하위다. 유례없는 순위권 대혼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 외국인 타자 루벤 카데나스에게 크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 그러나 어지간히 치지 않고서야 명함 내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올 시즌 각 구단 외국인 타자들의 방망이가 뜨겁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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