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없앤 ‘사직제례악’ 116년만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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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제관(祭官)들이 양발과 어깨를 맞춰 한 줄로 걸어나왔다.
1908년 일본의 전통문화 말살 정책으로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가 1988년 사직대제보존회가 제례 절차를, 2014년 국립국악원이 제례악을 각각 복원했다.
2014년 사직제례악 복원이 조선 정조 대 기록을 따른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한제국 기록을 토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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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안녕 기린 ‘사직대제’ 음악… 화-우-관 등 사라진 악기 복원해
음악 풍성해지고 복식은 화려… “유네스코 문화유산 선정 기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제관(祭官)들이 양발과 어깨를 맞춰 한 줄로 걸어나왔다. 타악기인 진고(晉鼓)와 영고(靈鼓), 절고(節鼓)를 울리며 신을 맞이하는 의식이 시작됐다. 깃털 달린 무구를 쥔 무용수 8명이 박자에 맞춰 절도 있게 군무를 추는 사이 대한제국 황제 역을 맡은 무용수가 등장했다. 용, 꿩, 산호 등 나라의 번영을 기리는 12가지 상징을 수놓은 검은색 십이장복을 입은 채였다. 황제는 첫 술잔을 올리며 땅과 곡식의 신에게 드리는 국가 제사인 사직대제(社稷大祭)의 거행을 알렸다.
11, 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초연되는 ‘사직제례악’ 연습 현장을 5일 찾았다. 사직제례악은 조선시대 국가의 안녕과 풍요를 기리던 사직대제에 사용된 음악이다. 1908년 일본의 전통문화 말살 정책으로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가 1988년 사직대제보존회가 제례 절차를, 2014년 국립국악원이 제례악을 각각 복원했다. 이번에는 국립국악원이 10년 만에 악기 편성과 복식, 의물을 보완해 선보이는 것.
조선시대 사직대제는 종묘대제와 더불어 왕이 직접 주관한 핵심 의례로 꼽힌다. 사극의 단골 멘트인 “종사(宗社)를 살피소서”는 왕실과 나라를 뜻하는 종묘사직(宗廟社稷)에서 비롯됐다. 사직대제보존회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이후 종묘제례악은 왕의 후손들이 보전했지만 사직대제는 국가가 자연에 지낸 제사이기에 보전할 주체가 없었다. 1922년 사직단이 공원으로 바뀐 뒤 역사에서 더 잊혀졌다”고 말했다.
2014년 사직제례악 복원이 조선 정조 대 기록을 따른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한제국 기록을 토대로 했다. 김채원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은 “제후국이 아닌 황제국으로서 갖는 위엄과 화려함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복식에 수놓인 상징물이 왕이었을 때 9개인 것이 황제는 12개로, 면류관 구슬도 9개에서 12개로 각각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황제국으로서 예법이 기록된 대한예전에 따라 무용단의 복식은 정조 대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공연 콘텐츠로서 볼거리도 강화됐다. 2014년 복원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120여 명의 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출연해 웅장함을 더했다. 무대 천장과 바닥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설치해 제례 절차를 소개하고, 하늘과 땅이 만나는 순간을 표현한다. 공연 연출을 맡은 이대영 중앙대 예술대학원장은 “제단과 제관을 무대 가장 앞에 배치해 제례를 온전히 보여주고, 음악에 맞는 영상을 제작해 시각적 즐거움을 확보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건회 정악단 예술감독은 “사직대제는 삼국시대 이래 악무로서 남아 있는 극소수의 대형 제례”라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사직제례악이 종묘제례악처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직대제(社稷大祭)란? |
땅과 곡식의 신에게 드리는 국가적인 제사. 사(社)는 땅의 신, 직(稷)은 곡식의 신을 의미한다. 삼국시대부터 행해졌으며 땅과 곡식의 신에게 백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풍요를 기원했다. |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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