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노인의 이동권, 나의 이동권

경기일보 2024. 7.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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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발생한 비극적인 역주행 사고의 운전자는 60대 후반이다.

게다가 노인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부상자 발생률은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높다.

운전하는 노인을 위험하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동시에 고령 운전자나 노인 보행 사상자를 줄이는 데는 일회적인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보상금보다 '공공형 대중교통' 체계 확충 같은 지속적인 지원제도로서의 교통복지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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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시니어연구팀 부연구위원

얼마 전 발생한 비극적인 역주행 사고의 운전자는 60대 후반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 70대가 운전하던 택시가 병원 응급실로 돌진했고 또 며칠 후 인도를 덮친 차량의 운전자는 80대로 밝혀졌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의하면 2023년 발생한 교통사고의 19.65%는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것이다. 게다가 노인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부상자 발생률은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높다. 운전하는 노인을 위험하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한편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 가운데 노인의 비율 역시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지난해 교통사고 보행 사상자 가운데 28.18%는 65세 이상이었고 사망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62.08%에 이른다. 노인이 교통사고의 최대 피해자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노인에게는 운전도 걷는 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 된다. 그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 노인의 무임승차가 도시철도 적자의 원인이라는 눈총을 받는 것은 감수하더라도 돈을 내고 버스를 타는 것 역시 녹록지 않다. 노인이나 장애인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는 서울시 전체 버스의 63.7%를 차지한다. 그러나 전국 평균 도입률은 34.0%에 그친다. 더 큰 문제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충남(13.1%), 전남(18.6%), 경북(20.8%), 전북(24.4%) 등 지역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평균보다도 낮다는 점이다. 게다가 농어촌지역의 특성상 버스 운행 횟수가 적은 것을 고려하면 저상버스는커녕 일반 버스를 만나기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된다. 그렇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 빈곤 1위 국가에서 매번 비싼 택시로 이동할 수도 없다.

노인은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위해, 필수품을 사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동’해야 한다. 즉, 노인이 건강과 독립성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는 ‘이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도심이 아닌 지역에서 노인의 편의와 일정에 맞는 교통수단을 적은 비용에 제공하는 것은 손해가 분명한 사업이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가 교통지원 체계를 확대해 노인이 ‘이동권’을 실현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고령 운전자나 노인 보행 사상자를 줄이는 데는 일회적인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보상금보다 ‘공공형 대중교통’ 체계 확충 같은 지속적인 지원제도로서의 교통복지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교통복지는 노인만이 아니라 장애인,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처럼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더 나아가 교통복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배 속에 있었고 아이였으며 노인이 될 것이고 장애가 없더라도 때때로 몸이 불편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이동권 보장이 나의 이동권 보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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