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건물, 스페이스X가 철거한다

박지민 기자 2024. 7. 1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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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공우주국, 국제우주정거장 철거 업체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건축물의 철거 절차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1998년 11월에 발사돼 25년이 넘은 국제우주정거장(ISS) 얘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ISS 철거 업체로 스페이스X를 선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회사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으로 발사체를 재활용하는 기술로 유명하다. ISS는 2030년 말 운영을 마친 이후 남태평양 한가운데 수장(水葬)될 예정이다. 앞으로 스페이스X는 NASA로부터 최대 8억4300만달러(약 1조1629억원)를 지원받아 ISS를 수장시키는 ‘궤도 이탈 장치’를 개발하게 된다. 앞서 ISS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는 1840억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250조원이 들어간 건물은 철거하는 데도 1조원 이상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픽=백형선

◇인류 협력의 상징 ISS

ISS는 우주 개발을 위한 인류의 협력을 상징하는 우주 탐사 전초기지다. 미국, 러시아, 유럽 등을 포함해 15국이 개발·운영하고 있다. 길이 108.5m, 폭 72.8m 크기로 축구장보다 크며, 무게는 419t(톤)에 달한다. 인간이 우주에 지은 가장 큰 구조물인 셈이다. ISS는 지구 상공 약 340~430㎞ 궤도를 초속 약 7.7㎞로 돌고 있다. 하루에 15.54번 지구를 공전하며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간다. ISS에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든 낱개의 독립 구조물(모듈)이 설치되어 있다. 예컨대 러시아가 보낸 모듈 ‘자랴’에는 연료와 다양한 장비 등을 저장하고, 일본 모듈 ‘키보’는 과학 실험에 쓰는 식이다. 이처럼 각국이 모듈을 개발해 쏘아올리면 ISS에 도킹해 공간과 기능을 확장해 왔다. 1998년 첫 모듈이 발사됐고, 2000년에는 미국과 러시아 우주인 3명이 처음으로 입성했다. 지금껏 ISS를 방문한 연인원은 총 280명으로 집계됐다.

그래픽=백형선

ISS는 ‘세계 최대의 우주 실험실’로 꼽힌다. 미세중력 상태에서 진행된 생물학, 물리학, 화학 등 연구로 과학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한 단계 진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까지 ISS에선 3700건이 넘는 실험이 진행됐고, 이와 관련해 4000건이 넘는 과학 논문이 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가 쌍둥이 연구다. 2015년 NASA 소속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를 342일간 ISS에서 머물게 하고, 지구에 남은 쌍둥이 형 마크 켈리와 비교했다. ISS의 스콧 겔리는 유전자 변화와 시력 저하 등을 겪었지만, 6개월 안에 거의 회복됐다. 우주 환경이 사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다. ISS에서 진행된 알츠하이머와 암 등 기초 질병 연구와 약물 개발 등 분야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ISS는 20년 이상 운영되면서 모듈 노후화 문제가 잇따랐다. 2018년에는 공기가 누출돼 내부 압력이 떨어져 긴급 수리가 이뤄졌고, 그 뒤에도 비슷한 고장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ISS 노후화를 이유로 2024년 이후 ISS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가, 비판을 받고 철수 시점을 2028년으로 늦췄다. 미국과 유럽 등은 2030년 임무를 마치는 ISS가 우주 쓰레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ISS를 수장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차세대 우주정거장 경쟁 치열

ISS가 유일한 우주정거장은 아니다. 중국은 독자 개발한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운영 중이다. 2022년 11월에 실험실 모듈을 결합시켜 T자형의 우주정거장 기본 구조를 완성했고, 중국인 우주비행사들을 주기적으로 보내고 있다. 규모는 ISS의 3분의 1 정도이지만, 중국 정부는 현재 3개 모듈에 3개를 추가해 총 6개 모듈로 톈궁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매년 유인 우주선 2대, 화물 우주선 1~2대를 톈궁으로 보내 과학 실험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ISS가 퇴역하면 톈궁이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NASA가 달 궤도를 돌며 ISS를 대체하는 ‘게이트웨이’를 2025년에 발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게이트웨이는 달 탐사는 물론이고 화성 개발 등 심(深)우주 탐사를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우주정거장으로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NASA는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과 협업하고 있다.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도 활발하다. 미국 기업 배스트(Vast)는 2025년 8월 ‘헤이븐-1′ 우주정거장을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어 보낸다는 계획이다.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는 4명의 우주인을 태울 수 있는 ‘액시엄 스테이션’을 2026년 발사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도 우주정거장 ‘오비탈 리프’를 2030년 이전에 완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타랩 스페이스도 우주정거장 ‘스타랩’을 2020년대 후반기 발사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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