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마약’에 두산 현역 선수만 8명 연루
수면제를 대리 처방 받아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39)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29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 중에는 두산 베어스 소속 현역 선수 8명과 트레이너 1명이 포함됐다. 프로야구 42년 역사상 한 구단에서 현역 선수 등이 이처럼 대규모로 마약 범죄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자낙스정과 제2의 프로포폴로 알려진 에토미데이트 등을 대신 처방 받아 오씨에게 전달한 29명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오씨는 4월 마약류 관리법 위반, 사기,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오씨 측은 지난 5월 1일 열린 첫 공판에서 마약 투약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대리 처방 받은 수면제를 오씨에게 전달한 두산 소속 현역 선수 중에는 1군 경기에도 출전해온 준주전급 선수 김모(30)씨, 김모(28)씨, 박모(28)씨, 장모(30)씨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박모(24)씨, 안모(32)씨, 이모(29)씨, 제모(24)씨도 오씨에게 수면제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임모(22)씨와 황모(28)씨, 타 구단에서 은퇴한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차모(37)씨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관계자는 “사건에 연루된 현역 선수들은 피의자 신분일 때부터 경기 출전을 배제하고 있다”며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오씨가 마약류를 대신 처방받아 복용한 시점을 지난 2020년 초부터로 보고 있다. 2022년 10월 은퇴한 오씨가 현역 선수 시절부터 마약류를 상습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구단 자체 조사에서 일부 선수는 “오씨가 지난 2021년 초부터 수면제를 받아오라고 시켰다”며 “팀의 주장(主將)이자 선배라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오씨는 대리 처방을 거절한 선수의 정강이를 때리거나 이를 누설하면 “흉기로 찌르겠다”는 식으로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 측에 에토미데이트를 불법으로 대량 판매한 수도권의 한 병원장 A씨도 적발됐다. 경찰은 오씨가 투여받은 에토미데이트의 출처를 찾던 과정에서 오씨 측이 A씨 등 2명에게서 에토미데이트 앰풀 수천 개를 정상적 진료와 처방 없이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는 아니지만,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 마취제다. 이들에게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과 더불어 정상적 진료와 처방을 거치지 않고 판매한 혐의로 약사법 위반도 적용됐다.
오씨가 운영하던 야구 아카데미 수강생 학부모도 오씨의 부탁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오씨는 지난해 야구 아카데미를 열었는데, 경찰 조사 결과 오씨는 이곳에서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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