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업주 위하는 척 ‘배달비’ 내리고… ‘수수료’는 더 다오

신지인 기자 2024. 7. 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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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톡]
10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의민족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뉴스1

음식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다음 달 9일부터 업주들이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를 9.8%로 기존 대비 3%p 올린다고 10일 밝혔습니다. 배민은 업계에서 무료 배달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또 배민은 이번 개편이 실질적으로 업주들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며 주문 1건당 최대 배달비를 3300원에서 2900원으로 인하하고, 주문이 월 50건보다 적은 업주에게는 월 광고비 8만원에서 20%를 환급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업주들의 반응은 정반대입니다. 업주 부담을 늘리고도 위하는 척 말장난을 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입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게 홍보할 방법이 마땅히 없어 업주들이 배민을 떠날 수 없다는 처지인 걸 알고 수수료를 올리는 것 아니냐”며 “가게 성장을 위한다면서 부담은 다 전가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업주들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배달비는 줄었지만 중개 수수료가 더 큰 폭으로 늘어 업주들이 지는 부담은 오히려 커졌습니다. 바뀐 요금 체계로 계산해보면, 2만원짜리 음식을 파는 업주는 앞으로 음식 가격에서 6006원을 제외한 돈을 벌게 됩니다. 새로 오른 중개 수수료(9.8%) 1960원, 결제정산이용료(3%) 600원, 인하된 배달비 2900원이 공제되고, 공제된 금액의 10%인 546원을 부가세로 내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 중개수수료율(6.8%)과 배달비(3300원)를 적용하면 5786원만 제외하면 됩니다. 업주들이 버는 돈이 개편 뒤 더 줄어든 것이죠.

배민은 다른 배달앱과의 동등한 경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배민 관계자는 “점주들의 부담이 커지는 건 사실이지만, 치열해지는 배달앱 시장에서 동등한 경쟁을 위한 것이었다”며 “다른 배달앱들은 멤버십 구독료를 받아 재원을 마련해왔고, 중개 수수료율도 자사보다 높았다”고 했습니다. 현행 쿠팡이츠의 수수료율은 9.8%, 요기요는 12.5%입니다.

배달앱들의 경쟁으로 생겨난 부담은 고스란히 업주들의 몫이 됐습니다. 최근 배민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도 다른 배달앱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상하라고 배민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영세한 업주들이 언제까지 배달앱에서 버틸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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