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 대한체육회·테니스협회 진흙탕 싸움
“직권남용, 갑질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즉각 사퇴하라!”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 당선인이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하 단체장이 상위 기관 대한체육회 수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발단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주원홍 당시 협회장은 동생이 회장으로 있는 중견 기업 미디어윌에서 30억원을 빌렸다. 30면짜리 육군사관학교 테니스 코트를 개·보수한 뒤 테니스 인재 육성에 쓰려는 것이었다. 대신 미디어윌은 코트 운영권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2016년 부임한 후임 곽용운 협회장이 운영권을 사기업이 얻는 건 부적절하다고 보고 계약을 취소했다. 미디어윌은 그럼 30억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5년을 끌어 협회가 패소했다. 30억원은 이자가 붙어 60억원으로 불어났다. 일부는 상환했지만 46억원가량이 남았다. 돈을 안 갚자 미디어윌은 지난해 8월 협회 재산을 압류했다.
대한체육회가 나선 건 지난 5월 초였다. 잡음이 끊이지 않은 테니스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관리 단체가 되면 대한체육회가 파견하는 관리 위원장이 회장 업무를 맡는다. 직할 구조가 되는 셈이다. 급해진 테니스협회는 미디어윌을 설득해 “46억원 전액을 탕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채무 탕감 공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지난달 신임 회장 선거를 통해 주원홍 후보를 8년 만에 다시 협회장 자리에 앉혔다. 체육회는 채무 문제가 해소되기 전에는 회장 선거를 자제하라고 요청했는데도 협회가 선거를 강행한 것이다. 주원홍 당선인은 “체육회를 믿을 수 없다. 공증을 받고 난 다음 관리 단체 지정을 다시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체육회는 또 반대다. “말로만 탕감해주겠다고 하고 계속 집행을 미루고 있어 신뢰할 수 없다”고 받았다.
결국 체육회는 9일 테니스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하겠다고 통보했다. 협회는 10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체육 단체끼리 다투는 동안 대규모 테니스 코트만 8년여 방치되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