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간 데이트에 무속인들 애인 찾기… 독해지는 연애 예능
“그분한테서 ‘신이 말하는데 어디 인간이 끼어들어’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 말이 맞지? 그 사람 눈동자가 이상하다고.”
상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성격이 자신과 잘 맞을지 고민하는 건 여느 연애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들의 데이트를 보면 뭔가 다르다. 젊은 미남·미녀 출연자들이 서로의 직업은 물론 집안 내력까지 척척 맞힌다. 신기(神氣) 있는 출연진이 나온 프로그램이 신기(神奇)할 따름.
SBS가 방영 중인 ‘신들린 연애’는 젊은 무속인을 비롯해 신점·타로·사주를 직업으로 하는 8명이 펼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종편·OTT를 중심으로 화제성 몰이의 ‘핵’이 됐던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하 ‘연프’)에 무속과 점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더해졌다. 시청자 커뮤니티에서 프로그램 후기로 ‘용하다’란 단어가 쏟아진다.
◇젊은 무속인들의 연애 예능까지 등장
‘신들린 연애’에선 무구(巫具)는 물론 ‘신당’ ‘작두’ ‘할머니신’ ‘신령님’ 같은 단어가 수시로 등장한다. 데이트 상대에게 “집순이(주로 집에만 있다는 뜻)라면서 집이 왜 이렇게 더러워? 안 쓰는 방 있지? 잘 안 들어가는 곳”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영화 ‘파묘’를 보는 건지, 예능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다.
연애에 샤머니즘을 접목시킨 콘셉트는 처음이다. 상대를 꿰뚫듯 바라보는 출연진의 눈빛은 2030세대를 빠르게 사로잡았다. 첫 방송에서 2049 기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화제성 지수도 수직 상승 중. 트렌드 랭킹 서비스인 랭키파이의 7월 1주 차 연애 예능 순위에서 ‘나는 솔로’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OTT 플랫폼 웨이브 누적 시청 시간에서도 ‘나는 솔로’(7위)에 두 계단 앞섰다. 해외에서도 소문 났다. 아시아 최대 동영상 플랫폼 뷰(VIU)를 통해 보는 인도네시아에선 2주 연속 예능 프로 1위에 올랐다.
◇점점 독해지는 한국형 연애 프로그램
이혼 후 싱글로 돌아온 사람들(MBN ‘돌싱글즈’), 헤어진 연인(티빙 ‘환승연애’) 등 프로그램의 변주를 위해 특정 콘셉트에 맞는 출연진을 찾아왔던 연애 예능은 최근 무속인은 물론 동성애까지도 소재로 삼았다. 동영상 플랫폼 웨이브의 ‘남의 연애’는 국내 첫 퀴어(동성애) 연애 리얼리티. 해외 OTT 플랫폼인 아이치이를 통해 소문이 나면서 시즌 3까지 제작됐다.
큰 관심을 받는 만큼 비난도 적지 않다. 점점 자극적인 요소를 찾다 보니 각종 커뮤니티에선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연기한다’ ‘TV 속에서만 연애하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넘쳐난다. 커플 찾기가 ‘빌런 찾기’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장수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 등을 비롯해 최근 종영한 ‘연애남매’까지 빌런으로 지목된 이가 해명하고 시청자에게 사과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청자의 피로감도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각종 리얼리티 TV쇼가 자극성을 추구할수록 사회적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비판했다. 김영아 치유심리학자는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 만족하거나 부족한 면을 성찰하는 ‘거울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실에선 연애·결혼을 꺼리고 TV 속 연애에 쉽게 빠지는 등 현실과 욕망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자포자기하거나 남을 비난하는 데 희열을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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