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아이들만의 카페는 도서관

김지윤 디지털 에이전시 스텔러스 대표, '아이들의 화면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저자 2024. 7. 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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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인 지난 4월 23일 광주 북구 중흥도서관에서 어린이집 원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 /광주 북구

주말에 동네 도서관에 갔다. 아이들 태우고 온 부모들 차로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었다. ‘도서관에 이렇게 아이들이 많구나.’ 어른들은 습관처럼 “스마트폰 좀 그만 봐라” “게임 좀 그만해라” 나무라지만, 도서관의 주인공이 아이들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이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만 가면 일시에 도서관에서 자취를 감춘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최근 도서관 관련 잡지 편집자와 만나 학교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이 들여다보는 ‘화면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책을 쓴 사람으로서 도서관의 미래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자료 하나가 떠올랐다. 책과사회연구소에서 조사한 자료로 청소년이 가고 싶은 도서관은 어떤 곳인지 설문한 내용이었다. 청소년 응답자의 절반 이상(58.6%)이 책 읽기를 위해 공공도서관에 필요한 항목으로 ‘카페 같은 분위기’를 꼽았다.

‘카페 같은 분위기’란 스타벅스 같은 곳일 것이다. 스타벅스는 카페를 ‘커피 대신 공간을 파는 곳’으로 만든 회사다.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는 스타벅스에 대해 ‘제3의 공간’이라는 분류법을 적용했다. 제1의 공간은 집, 제2의 공간은 직장, 제3의 공간은 개인 공간도 사회적 공간도 아니면서, 대화와 휴식을 제공하는 곳을 말한다.

아, 아이들도 제3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구나. 집과 학교를 벗어나 대화할 수 있는 장소. 하지만 아이들이 카페에 앉아 있으려면 커피 값을 내야 하고, 영화관이나 미술관도 돈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 그런 공간을 찾아갈 돈이 없는 아이들 상당수가 온라인 속으로 파고들지 않았을까. 아이들은 스마트폰 속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휴식하며 나름의 공간을 찾는 셈이다. 카페 같은 분위기 조성을 바란다는 청소년들의 답변에는 자신들이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찾는 바람이 담겨 있다.

도서관의 미래는 아이들이 세상과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본질로 돌아가는데 있다. 스마트폰과 게임이 하나의 공간으로 아이들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면,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제3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공간이 마련된다면 아이들은 강요하지 않아도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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