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문학 100년 담긴 선집 7권… 여성들 뜨거운 호응에 완판
1898년부터 1990년대까지 약 100년을 아우르는 일곱 권짜리 방대한 선집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일 출간된 ‘한국 여성문학 선집’(민음사)이다.
민음사는 지난달 온라인 서점 알라딘을 통해 북펀드를 진행했다. 일종의 예약 판매다. 정가(10만4000원)보다 할인된 가격(9만3600원)에 포스터·후원자 엽서 등을 추가로 주는 상품. 2주 만에 2800만원이 모였다. 목표 금액인 3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총 295세트가 팔렸는데 이는 초판 1쇄 분량에 해당한다.
여성 독자들이 지갑을 열었다. 알라딘에 따르면 북펀드에 참여한 92%가 여성 독자다. 30대 여성(37%) 비율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은 40대 여성(24%), 20대 여성(15%) 순이다. 박혜진 민음사 편집부 부장은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재시동) 이후 국내 여성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상황이다. 적절한 시점에 선집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선집을 엮은 여성문학사연구모임 소속 학자 6명(김양선·김은하·이선옥·이명호·이희원·이경수)은 “왜 한국에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같은 전복적인 여성문학사나 ‘노턴(Norton) 여성문학 앤솔러지’ 같은 선집이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1898년 황성신문과 독립신문에 실렸던 ‘여학교설시통문’을 근대 여성문학의 원류로 본 점이 눈에 띈다. 두 여성이 김소사·이소사라는 이름으로 기고한 이 글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한 학교를 설립하자’고 주장하는 내용. 기존 문학사에선 1918년 발표된 나혜석의 단편소설 ‘경희’를 기점으로 했다. 김양선 한림대 교수는 “여성이 글 쓰는 주체로 공론장에 등장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목받지 못한 작가·작품도 재조명했다. 김은하 경희대 교수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1960년대 박순녀·이정호 등 여성 작가를 한국 문학사 안으로 가져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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