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축구 맞는데 안뛰는 축구 오해야
김민우·고승범 합류 효과에 ‘+활동량’ 올해 변화 시도까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55)이 낙점된 배경에선 ‘벤투의 유산’을 물려받을 적임자라는 평가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6월 20일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이라는 한국 축구가 지향하는 축구 철학을 발표했는데, 그 중심에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입증된 빌드업 축구가 있었다. 협회는 한국식으로 정립된 이 축구를 최대한 빨리 실현하는데 홍 감독이 가장 알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8일 홍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울산의 축구를 보지 않았느냐. 지난해 울산은 빌드업과 기회 창출 등에서 모두 K리그1 1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축구 현장에선 협회가 정말 홍 감독에게 빌드업 축구의 발전을 요구해 지휘봉을 맡긴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울산이 보여준 수치가 증명한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울산은 2023년 K리그1 12개팀 가운데 빌드업 공격(10개 이상의 패스로 슈팅을 만들거나 페널티지역에 진입한 케이스)에서 87회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였다. 또 울산은 빌드업 득점 부문에서도 전북 현대와 수원FC(이상 5골)에 이어 4골로 공동 3위였다.
홍 감독이 울산 지휘봉을 잡은지 4년째인 올해는 이 부분에서 더욱 발전해 빌드업 공격은 개막한지 반 년만에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70회를 기록하고 있다. 단연 1등으로 차순위인 수원FC와 차이가 무려 20회에 달한다.
울산이 올해 K리그1에서 독보적으로 능동적인 축구를 펼친 증거는 시즌 기대득점(xG)에서도 확인된다. 울산은 지난해 58.5골(실제 득점 63골)로 포항 스틸러스(xG 59.9골/실제 득점 53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37.2골(실제 득점 39골)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의 축구가 활동량을 줄이면서 효율을 높였다고 평가한 것은 오해로 보인다. 이 이사는 발표 때 “작년 기회 창출 리그 1위,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 활동량 10위는 효과적인 경기를 뜻한다. 아르헨티나도 월드컵 우승 당시 활동량은 하위권이었다”라고 말했다.
울산이 지난해 빌드업만 중시했다면, 올해는 기존의 축구 철학을 지키면서 활동량을 더하는 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민우와 고승범 등이 새롭게 합류한 영향인데, 뛰지 않는 축구가 한국의 해답이라 판단했다면 홍 감독이 최적의 선택이라 보기는 어렵다.
한편 홍 감독의 복귀 무대는 9월 시작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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