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리콴유가 세상 떠나기 전 남긴 ‘한국 걱정’
셋은 같은 듯하지만 다른 문제… 각각의 해법, 제대로 찾고 있나
리콴유는 거인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2015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그가 남긴 저서가 있다.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One man’s View of the world). 아시아적 유교사상과 미국적 자본주의를 동시에 신봉했던 그만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쓴 책이다. 50년 넘게 글로벌 최고 리더들과 교유한 그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등이 직면한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통찰력은 각 나라를 분석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쓴 ‘인구’와 ‘인재 확보’라는 잣대였다. 일본이 선진국에서 평범한 국가로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고 한 이유는 낮은 출생률이었다. 한국을 격찬하던 그였지만 종합적인 인구 추이와 심각한 사회 갈등이 한국의 미래에 위협 요인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미국은 왜 뜨고, 유럽은 왜 쇠락했느냐는 명제도 그는 인재 확보란 이슈로 해석하고 있었다. 둘 다 인재 부족이란 현실을 마주한 가운데 외부 인재를 누가 더 많이 끌어들이느냐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외부 인재 입장에서는 어디가 더 매력적일까. 복지가 뛰어나지만 세금이 가혹한 유럽과 복지는 느슨하지만 세금은 적게 내는 미국 중 자신의 성과를 확실히 챙길 수 있는 미국이 외부 인재들에게는 더 매력적이며, 그것이 미국을 세계의 용광로 소리를 듣게 했다는 분석도 담고 있다.
2년 전 공학한림원 주최의 한 행사의 발제문에 나오는 한 대목을 소개할까 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는 인재 7만명에 석박사만 3만7000여 명, 삼성전자는 다 합해서 2만명이라고 했다. 그 회사의 주력 분야가 다르다는 등의 사정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혹한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재 부족은 치명적이다. 반도체만이 아니다. AI 혁명, 바이오 혁명, 에너지 혁명에서 우리는 인재 확보를 위해 어떤 실질적이고 혁신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나. 의대 증원을 고령화 속 의료 대책 수준으로 봐서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많은 게 현실이다.
지금 한국은 인재만 없는 게 아니다. 인력도 없다. 요즘 상당수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이유는 강성 노조나 비싼 인건비, 과도한 규제 때문만이 아니다.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다. 그나마 운영하는 공장도 10년 후면 문을 닫을 거라한다. K조선의 신화를 만든 조선업계는 외국인 인력을 쉽게 쓸 수 있는 ‘특구’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한다. 중국에 뒤지지 않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확보만큼 시급한 게 일할 사람 구하기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인구도 소멸하고 있다. 인구는 최소한의 내수 시장을 만드는 기본이자 나라의 곳간을 채워줄 세금을 납부할 주체들이다.
한마디로 우리에겐 짧은 미래도, 긴 미래도 모두 암울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라 한다. 그런데 ‘확정된 미래’라는 형용 모순의 말이 있다. 저출생, 고령화가 확정된 미래의 대표적인 사례다. 확정된 미래는 미래가 아닌 셈이다. 확정된 암울한 미래 앞에서 걱정만 하다 후대에게 재앙을 물려주는 세대가 되면 좋겠는가. 인재도, 인력도, 인구도 사라지는 일, 이 3가지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이슈다. 인재 해법, 인력 해법, 인구 해법이란 복잡한 방정식을 풀기 위한 정교한 전략이 한참 모자란 현실을 보는 동안 시간은 또 빠르게만 흘러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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