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20분가량의 해명→ '국가대표팀 감독 내정' 홍명보, "내 안의 무언가 나왔다… 나는 이제 나를 버렸다"
(베스트 일레븐=울산)
경기 후 국민적 관심을 받는 시간이 도래했다. 대한민국 남자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감독의 기자회견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20분 가량의 시간을 통해 자신보다 '한국 축구'를 위에 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에 위치한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울산 HD(울산)-광주 FC(광주)전이 킥오프했다. 후반 22분 광주의 이희균이 결승골을 터뜨렸다. 광주의 1-0 승리였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게임에서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의 경기 후 기자회견 전문이다. 광주전 이후의 기자회견이지만 모든 내용은 국가대표팀 관련 이슈로 채워졌다.
- 광주전 총평?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홈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야 했다.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최선을 다했다."
-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떤 배경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건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끝나고였다.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가고 싶지 않았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았기에 가고 싶지 않다. 2014년 이후 10년하고도 며칠이 더 지났다. 그동안 어려운 시점도 있었고 반대로 울산에서 3년 반 동안 좋은 시간도 있었다. 국가대표 축구인 홍명보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2월 달부터 내 이름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와 언론과 KFA에 나오는데 정말 괴로웠다. 정말로 괴로웠다. 뭔가 난도질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7월 5일에 이임생 KFA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정도 기다린 이임생 이사를 뿌리치지 못했다. 그때 처음 이임생 이사를 만났다. 이임생 이사가 말씀하셨다. 메이드 인 코리아(MIK) 기술 철학을 얘기하셨다. 협회가 MIK를 발표할 때 그 내용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 예전에 행정을 하며 그 일에 관심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거를 마무리 짓고 나오지 못했다. 난 국가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때도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이임생 이사가 내게 그 말씀을 할 때 생각을 했다. '행정이라는 건 한계가 있다. 정책이라는 것도 실행을 하는 게 중요하다. 실행을 함에 있어서는 현장에 있는 게 중요하다. 그 안에서도 누가 이거를 실행해야 하는데, 보면 국가대표팀 감독이 하는 게 가장 좋다.'"
"물론 이임생 이사가 외국에 가서 두 분을 만나고 오셨다. 잘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솔직히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이야기를 그렇게 들었고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를 했다.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 이임생 이사가 돌아가고 밤새도록 고민을 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을 가진 것에 도전하는데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간다고 하는 게, 내가 그 안에서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내리지 못한 날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내게 질문을 했다. 거기에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이게 내 축구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실패를 했던 그 과정과 후에 생긴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팀을 정말로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이임생 이사를 만나고 밤새도록 고민하고 고뇌했다. 내게 있어서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다. 나를 지켜야 했다. 10년 만에 간신히 재밌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결과적으로 날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잠을 못 자며 생각했던 것은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 밖에 없다. 팬들에게 가지 않았다고 얘기했던 부분에서 마음을 바꾼 상황이다."
- KFA가 K리그 감독을 국가대표팀으로 데려갈 수 있는 규정에 대해
"지금은 그 룰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예전 같이 구속을 한다면 그건 맞지 않다. 시대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던 시스템을 왜 버렸는지
"시스템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내가 어떤 평가를 받았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냐를 물었다. 시스템이 어떻게 된 거는 내가 알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했을 거다."
- 2014년의 홍명보와 2024년의 홍명보는 어떻게 다른지
"10년 전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때는 경험도 많이 부족했다. 축구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도 부족한 점이 있다. 다만 10년 전보다는 K리그 경험도 아주 많이 했다.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앞으로도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 국가대표팀의 현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국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있는 건 사실인 거 같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팀스포츠다. 팀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게 가장 중요하냐고 물으면 가진 재능을 어디 위에 올려놓느냐, 그거에 따라 많이 바뀐다. 재능을 헌신이나 희생의 위에 올려놓으면 그 재능은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한다. 재능을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고 하면 그 재능은 발휘되지 못한다. 팀스포츠를 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이다. 좋은 선수들도 많이 있지만 일단 얼마나 신뢰 관계를 쌓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의 유튜브 영상을 봤는지
"영상도 봤고, 내용도 확인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박주호 위원이 본인이 가진 커넥션을 통해서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다라는 거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 안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이 축구계에서 계속 이뤄져야 한다. 각자의 의견이 존중 받아야 한다. 모든 사람의 의견이. 그런 것들로 우리가 하나 되어 어떤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 중요한 일이다. 물론 박주호 위원의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조금 더 나은 한국 축구를 위해 발전되어 나가야 한다."
- 울산팬들에게 별 말씀 없이 떠났다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좋았었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시기가 왔었겠지만 이렇게 작별하는 건 원치 않았다. 나의 실수로 인해서 이렇게 떠나게 됐다. 울산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내가 드릴 말씀이 없다. 2014년 이후 KFA에서 일을 마치고 울산을 선택했을 때 그때는 온전히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택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과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냈던 시간이 너무 좋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응원의 구호였는데 오늘은 야유가 나왔다. 거기에 대해서는 나의 책임이 있다. 다시 한 번 울산팬들과 처용전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드리겠다.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
- 언제 울산을 떠나는지
"KFA하고 전혀 연락하고 있지 않다. 언제 돌아갈지 결정되지 않았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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