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77] We give our life
“이메일을 세 번이나 보냈는데 답이 없어서 좀 불안해지고 있어(I emailed her three times and still no response so I’m getting a little bit nervous.)” 조울증에 걸린 동생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는 대니는 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자 불안감이 극에 달한다. 대니는 남자 친구 크리스티안에게 불안을 털어놓지만 덤덤한 대답이 돌아온다. “네가 자꾸 반응해 줄수록 애가 저러는 거니까…(I mean, the more you respond the more she’s encouraged to keep…)” 애써 마음을 놓는 대니, 하지만 이내 동생의 자살 소식이 들린다. 영화 미드소마(Midsommar∙2019∙사진)’의 한 장면이다.
친구들과 조촐하게 스웨덴 여행을 떠나려던 크리스티안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퀭한 눈으로 지내는 대니(플로렌스 퓨 분)를 위해 동행을 제안한다. 스웨덴 시골에 사는 친구 펠레를 따라 하지제(Midsommar)에 참석하는 여행이다. 대니는 마지못해 따라간 스웨덴 헬싱글란드의 전원 풍경에서 해방감을 느끼고 오랜만에 웃음 짓는다.
그리고 하지제 중 ‘절벽 의식’의 날, 대니 일행은 펠레를 따라 높은 절벽 앞으로 향한다. 의식을 구경하는 대니, 절벽 꼭대기에서 기도문을 외던 노인이 별안간 뛰어내려 추락사한다. 대니 일행은 충격을 금치 못하지만 마을 주민은 태연히 설명한다. “저분들에겐 커다란 기쁨이란 걸 이해하셔야 해요(You need to understand it as a great joy for them).” 이들은 자살 풍습마저 생의 순환으로 여기며 죽음을 자랑스레 생각한다. “고통과 두려움과 수치 속에 늙어 죽는 게 아니라 우리 생명을 주는 거예요(Instead of getting old and dying in pain and fear and shame. we give our life). 대니는 이들의 풍습에 조금씩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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