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마지막 도전’ 홍명보 감독, “이제 저한테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습니다”

정지훈 기자 2024. 7. 1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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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지훈(울산)]


울산에서 리그 2연패와 함께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홍명보 감독이 홈구장에서 거센 야유와 “홍명보 나가”라는 외침을 들어야 했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울산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리고 자신이 울산을 떠나 대표팀으로 향한 이유를 밝혔다.


울산 HD는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에서 광주 FC에 0-1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울산은 승점 39점에 머물며 선두 탈환에 실패했고, 광주는 승점 28점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울산 문수구장에 취재진이 무려 50여명이 몰렸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최근 대한축구협회(KFA)는 삼고초려 끝에 울산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거센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지난 2월부터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실제로 제시 마치, 헤수스 카사스, 거스 포옛 등 여러 이름이 올랐지만, 협상 과정에서 모두 실패하며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K리그1 울산 소속의 홍명보 감독을 시즌 도중 빼온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고, 홍명보 감독이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한 경험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런 이유로 이날 울산 팬들은 경기 전 홍명보 감독이 소개되자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여기에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명청한 행보”, “피노키홍” 등 다양한 걸개로 비판의 메시지를 전했다. 경기 후에도 야유는 계속됐다.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하던 홍명보 감독이 서포터즈가 있는 남쪽에 다가가자 야유가 더 커졌고, 마지막에는 그라운드를 떠나는 홍명보 감독을 향해 울산 팬들이 “홍명보 나가”를 외치기도 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이 울산 팬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홍 감독은 “팬들에게는 너무 죄송했다. 울산에 있는 동안 너무 좋았었다.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할 시기가 왔겠지만, 이렇게 작별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저의 실수로 인해 이렇게 떠나게 됐다. 울산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홍 감독은 “울산에서는 팬들과 축구만 생각하면서 보냈던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오늘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응원해주셨던 팬들이 야유를 보내셨는데,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 기자회견]


-경기 총평


결과를 얻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 홈팬들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줬다고 생각한다.


-울산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는데, 심경이 바뀐 이유는?


여러 분들도 아시겠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였다. 그 상황은 굉장히 힘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번에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2014년 이후로 10년이 지났는데, 어려운 시점도 있었고, 반대로 울산에서 3년 반 동안 좋은 시간도 있었다. 사실 10년 전에 국가대표 홍명보 감독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했다.


그러나 1월부터 제 의도와 상관없이 제 이름이 전력강화위원회, 대한축구협회, 언론으로부터 나왔다.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7월 5일에 이임생 이사가 집 앞에서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이임생 이사를 뿌리치지 못했고, 그때 처음으로 만났다. 이임생 이사가 저한테 'MIK(Made In Korea)'라는 기술 철학을 말씀하셨다. 협회가 'MIK'를 발표할 때 내용을 알고 있었다.


이전에 협회에서 행정 업무를 하면서 한국 축구 철학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지만, 마무리하지 못했다. 저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연령별 대표와 연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행정은 한계가 있다. 결국 실행을 해야 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이 임무를 맡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국가대표 감독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임생 이사가 외국에서 두 분의 감독을 만났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저한테 부탁을 하는 상황이었고,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정도 동의를 한 부분도 있었지만 결정하지 않았고, 밤새도록 고민을 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이 있는 도전을 하는 것에 두려웠다. 그 안에 또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하는 날이었다.


결과적으로 제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스스로 질문을 했다. 두려움이 가장 컸지만, 제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실패를 했던 과정과 결과를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기기도 했다. 새로운 대표팀을 강한 팀을 만들어보고 싶은 도전이었다. 그게 밤새도록 고민을 한 결과물이었다.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다. 저를 지키기 위해 대표팀으로 향하지 않을 수 있었다. 10년 만에 즐거운 축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를 지키고 싶었지만, 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긴 고민을 하면서 저는 버렸다.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팬들에게 가지 않겠다고 한 말을 바꾼 이유다.



-K리그 감독을 내줄 수밖에 없는 협회 규정에 대해서는?


지금은 그 룰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시대도 많이 바뀌었고, 예전 같지 않다. 그 규정 때문에 K리그 감독을 데려간다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판곤 위원장과 감독 선임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직접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현재 그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저는 이임생 이사와 만났을 때, 전강위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물었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기 때문에 만났다.


-2014년과 2024년과는 어떻게 다른가?


지금하고 10년 전은 많이 다르다. 그때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경험도 많이 부족했고,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단계였다. 물론 지금도 부족하지만, 10년 전보다는 K리그 경험도 쌓였고,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었다. 아직도 부족하기 때문에 많이 노력해야 한다.


-현재 대표팀의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다. 가지고 있는 재능을 어떻게 발휘할지가 중요하다. 희생, 헌신 위에 재능이 있다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재능이 이기주의 위에 있다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팀 스포츠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얼마나 신뢰관계를 쌓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주호 위원의 소신 발언


영상을 봤고, 내용도 확인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박주호 위원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커넥션을 통해 전강위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안에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의견이 계속 나와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주호 위원의 말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울산 팬들의 야유


너무 죄송했다. 울산에 있는 동안 너무 좋았었다.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할 시기가 왔겠지만, 이렇게 작별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저의 실수로 인해 이렇게 떠나게 됐다. 울산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 드릴 말씀이 없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협회를 마친 후 울산에 왔을 때는 온전히 개인을 위한 선택이었다. 울산에서는 팬들과 축구만 생각하면서 보냈던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응원해주셨던 팬들이 야유를 보냈는데,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죄송하다.


-대표팀 합류 시기


협회와는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 언제 들어갈지는 상의해야 한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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