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10년 전 실패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강한 승부욕 생겼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홍명보(55) 울산HD 감독이 10일 “10년 전 실패를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겼다”고 대표팀 감독직 수락 이유를 설명했다.
홍 감독은 이날 울산 홈에서 열린 광주FC와 K리그 경기가 끝난 후 “2014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이후가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였다”며 “지난 2월부터 제 이름이 의도와 상관 없이 거론되는 게 정말로 괴롭고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홍 감독은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가 지난 5일 집 앞에 찾아왔고, 두 시간 정도 기다린 분을 뿌리치지 못해 만났다”며 “감독직 제안을 듣고 밤새 고민했다. 두려움이 컸지만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나를 버렸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며 “그게 제가 팬들에게 떠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을 바꾼 이유”라고 했다.
그는 울산 팬들을 향해 “얼마 전까지 응원을 받았는데 오늘은 야유가 나왔다. 이렇게 이별하는 건 원하지 않았는데 제 실수로 이렇게 떠나서 죄송하다”며 “울산에서 선수들, 팬들과 축구만 생각하면서 보낸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자신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과정이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시스템에 대해선 내가 잘 모르겠다.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며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내가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었고 최고점을 받았다고 해서 만났다”고 말했다. 전력강화위원으로 참여했던 전 축구 국가대표 박주호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감독 선임 과정을 비판한 것에 대해선 “각자 의견을 존중하고 포용해야 한국 축구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보다 강한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홍 감독은 “10년 전엔 경험도 부족하고 지도자로서 막 시작하는 입장이었다”며 “지금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K리그 경험도 많고 지도자로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원팀’ 정신도 강조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라며 “선수들 재능을 헌신과 희생 위에 올려놓는다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것이고,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면 별로 힘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언제까지 울산 감독직을 맡고 언제 대표팀에 부임할 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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