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직접 밝힌 심경 "대표팀 감독 할 생각 없었다…내 안에 무언가 나와 내린 결정" [SPO현장 일문일답]
[스포티비뉴스=울산, 박대성 기자] 홍명보 감독이 울산HD를 떠나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광주FC전이 끝난 뒤 대표팀 감독을 수락한 이유와 심경을 20분 가량 털어놨다.
울산은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에서 광주FC에 0-1로 졌다.
홍명보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선 대표팀 감독에 관한 이야기에 말을 아꼈다. 광주FC전에 관한 몇 가지를 말하다가 대표팀 감독 질문에 "광주전이 끝난 기자회견에서 말하면 안 될까. 이따가 심경을 말하는게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은 킥오프 30분 전이라…"라고 답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에게 광주FC전 짧은 총평 이후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와 심경을 물었다. 홍명보 감독은 "제 의도와 상관없이 2월부터 내 이름이 나왔다. 정말 괴로웠다. 무언가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었고 어려운 시간이었다"라고 말하면서 "이임생 기술이사를 만난 뒤 MIK(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협회 기술철학을 나에게 말했다. 행정일을 하면서 마무리짓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있었다. 밤새도록 고민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에 도전하는게 굉장히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간다는게 도저히 어떻게 해야하는지 답을 해야하는지 못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라는 마음으로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울산 홈 팬들은 대표팀으로 떠나는 홍명보 감독에게 날 선 비판을 했다. 아마노 홍', '피노키홍', '내가 본 감독 중에 최악' '멍청한 행보'라는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섞인 문구들이 홈 구장을 가득 메웠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뒤엔 '정몽규 나가'를 연호하며 대한축구협회를 겨냥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윽고 분노에 찬 팬들은 '홍명보 나가'를 3번 외치면서 울산을 버리고 대표팀을 선택한 결정에 크게 분노했다.
홍명보 감독은 광주FC전이 끝난 뒤 특별한 멘트없이 인사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울산 팬들에게 어떤 감정이 들었냐고 묻자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좋았었다. 언젠간 떠나야 할 시기가 오겠지만 이렇게 작별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내 실수로 인해서 떠나게 됐다. 울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다시 한번 울산 팬들과 처용전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 일문일답]
직전 라운드(수원FC전)까지 울산을 떠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런데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은?
다들 아시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2014 브라질 월드컵 끝나고였다. 당시 상황은 굉장히 힘들었다. 솔직하게 대표팀엔 가고 싶지 않았다. 대표팀에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도 가고 싶지 않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며칠이 지났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울산에서 3년 반 동안 좋은 시간이 있었다. 10년 전에 국가대표와 축구인 홍명보의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내 의도와 상관없이 지난 2월부터 내 이름 하마평에 올랐다. 정말 괴로웠다. 무언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어려운 시간이었다.
7월 5일에 이임생 기술이사가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정도 기다린 이임생 이사를 뿌리치지 못했고 그때 처음 만났다. 이임생 이사가 MIK라는 협회 기술철학을 저한테 말했다. 한편으로는 행정일을 하면서 그 일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그걸 마무리 짓고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축구 대표팀의 연령별 대회 연계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많이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이임생 이사도 나에게 그 말을 했다. 행정이라는 건 한계가 있다. 실행을 하는 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A대표팀 감독이 실행하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이임생 이사가 외국에서 가서 두 분을 만났고 이 부분을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그 부분이 잘 되지 않았다고 나에게도 말했다. 그 부분을 저에게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뒤 결정내리지 않았고 이임생 이사는 돌아갔다. 저는 밤새도록 고민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게 굉장히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간다는 것,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내지 못하는 날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두려움이 가장 컸다. 하지만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패를 했었던 과정과 그 후에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팀을 정말 새롭게 다시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이임생 이사를 만나고 밤새도록 고민하고 고뇌했다. 저에겐 그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10년 만에 간신히 이제 조금 재밌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봤다. 결과적으로 저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저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 밖에 없다. 이것이 제가 우리 울산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가 바꾼 이유다.
협회에서 원한다면 K리그 감독을 데려가는 룰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은 그 룰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도 많이 바뀌었고 예전처럼 그 부분을 가지고 각 K리그에 감독들을 데려간다면 지금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대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벤투 감독을 선임하면서 김판곤 위원장과 함께 시스템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시스템을 버리면서 감독직에 들어갔는데?
시스템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만나자고 해서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만났다. 그 시스템이 어떻게 됐는지는 내가 알 수 없었다.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14년과 2024년과 어떤 점이 다른가. 지금 대표팀 전력은?
지금과 10년전은 많이 다르다. 그때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경험도 많이 부족했다. 축구의 지도자로서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다. 10년 전보다는 K리그 경험도 많이 쌓았고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앞으로 더 노력해야 된다. 한국 대표팀이 좋은 선수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이다.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에게 어떤 게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그 재능을 어디에 올려놓느냐다. 뛰어난 재능을 헌신, 희생 위에 올려놓는다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기주의나 그런 것 위에 놓는다면 그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팀 스포츠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다.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얼마나 신뢰 관계를 쌓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주호 위원이 올린 유튜브 내용에 대해서 묻고 싶다. 내용을 알고 계신지?
영상도 봤고 내용도 다 확인했다. 개인적인 생각은 박주호 위원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커넥션을 통해서 굉장히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일들이 우리 축구계에 더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 의견을 존중받으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박주호 위원의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까지 포용하는 것이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 구호가 나왔다. 그 당시의 생각은 어땠나?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좋았었다. 언젠간 떠나야 할 시기가 오겠지만 이렇게 작별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내 실수로 인해서 떠나게 됐다. 울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2014년 끝내고 협회에서 일을 마치고 울산을 선택했을 때 온전히 개인만을 위한 선택이었다. 울산에서 팬들과 축구만 생각하면서 보냈던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응원의 구호가 오늘은 야유로 나왔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다시 한번 울산 팬들과 처용전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
앞으로 일정은?
"아직까지 상의는 없었다. 아직 협회와 연락하는 상황이 아니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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